자기소개서 2

단상

by 김성호

5년 동안 일했지만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한 시간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적엔 잠시 거쳐가는 직업이라 생각했고, 다시 입사했을 땐 눈앞의 일에만 묶여 산 탓이었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1년을 쉬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기에 좋은 직업을 가진 이들만 보낸다는 안식년처럼 여기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겪은 몇 안 되는 성공과 그보다 몇 배는 될 실패를 차근히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러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저를 지치게 했고, 실망하게 했으며, 포기하게도 한 기자라는 직업이, 제가 될 수 있었고 아마도 되었을 게 분명한 형편없는 인간이 되지 않도록 붙들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겸손하기보단 뽐내기를 좋아합니다. 남보다는 나에게 관심 갖길 즐겨합니다. 공감하기보다는 각자의 고난쯤 알아서 감당하길 바랍니다. 그러니 제가 기자가 아니었다면 자식을 가두고 출근하는 부모와, 한글을 몰라 창피해하는 아이들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쩌죽거나 탈진해 죽거나 그밖에 온갖 초라한 이유로 어처구니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이 평화로운 나라 안에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겁니다. 누구에겐 절실한 무엇이 그저 누가 귀찮아 한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도, 약간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기꺼이 입히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그런 일이 얼마나 공공연히 벌어지곤 하는지도 알지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선로에 뛰어든 누군가의 몸뚱이를 치우는 단 몇 분의 시간 동안 멈춰선 기차 안에서, 사라진 목숨 대신 지연된 시간을 아까워하는 인간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운 좋게 기자가 되어 뛰어든 사람의 삶과 그가 마지막 본 것과 누군가와 나누었을 대화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남한테 피해나 주는 새끼"라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뒷자리 승객과 귀찮은 일이 생겼다며 찡그리는 어느 공무원의 몰인정함에 괜한 적개심을 가졌다가는, 누구의 좋은 가족이며 친구일 그들에게 그런 마음을 갖도록 만든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 곳인지를 생각하는 저를 보고는 제가 기자로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자는 제가 세상과 사람에 관심을 갖도록 추동합니다. 돈과 에너지와 권력에 대해, 욕망과 도덕과 인간성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걸 알아가고 그렇게 안 걸 전하는 것,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2022. 7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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