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도전하는 가엾은 열망

단상

by 김성호

나는 사진예술에 대단한 관심은 없지마는 네 명의 사진가는 예외라 할 수 있다. 그 네 명은 로버트 카파, 유섭 카쉬, 세바스티앙 살가도, 그리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이들은 기관총처럼 셔터를 연사한 뒤 쓸만한 사진을 건져내거나, 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사물과 사람과 상황을 연출해 그럴듯한 장면을 빚어내거나, 물론 그런 적도 있지만, 피사체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잘 나오는 각만 잡고 찍어대거나, 물론 그런 경우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제가 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보기 좋은 것만 쫓아다니지도 않는, 그러니까 내가 아는한 지극히 예외적인 사진작가들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했고 스스로 그 길을 닦아낸 이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엄청난 각오로 무너지는 세상과 힘겨루기하는 진정한 예술가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듯해 마음이 진탕되고 만다. 무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한다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를 찾은 것도 그래서였다. 한가람답게 무려 1만8000원의 적지 않은 가격에 입장했으나, 한가람답게 전시의 질은 떨어졌고, 한가람답게 서사는 거의가 브레송 본인의 책과 다큐에서 따온 것이어서, 한가람답게 내용이 몹시도 얄팍하였다. 사실상 책을 읽는 거나 인터넷을 보는 거나 전시회를 오는 거나 별 차이가 없을 법도 했는데, 이 돈을 내고 전시를 찾는 사람이란 내적허영이라도 채울 수 있다면 다행이었겠으나, 내게 한가람은 허영덩어리들이나 좋아하는 곳이란 인상까지 있는 탓에, 그조차도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로버트 카파를 파카로 적는다거나 하는 오기들은 예부터 흔히 있었던 한가람 스타일로 생각하고 넘어가더라도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엄숙하게 엉성한 분위기는 브레송 본인조차 반기지 않을 만한 것이어서 내가 대신 민망했다. 그래도 프린트된 사진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건 꽤나 괜찮은 경험이었는데 브레송은 역시나 브레송인 것이었다. 고집스레 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의 허리춤을 싹둑 베어내어 찰나를 영원히 간직하려는 시도라니, 불가능에 도전하는 가엾은 열망이라니! 만약 오늘이 영상의 시대가 아니고 진짜 예술과 거짓 예술을 가려낼 줄 아는 이들이 대접받는 시대였다면, 나도 뷰파인더로 세상을 넘겨다보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하였다. 그런 꿈을 꾸게 하는 사진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2022. 7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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