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가 고하도를 다루는 방식

목포 고하도에서

by 김성호

반도 서남쪽 끝단에 위치한 작은 도시 목포는 서남단에서 저를 마주보는 길쭉한 섬 하나를 가졌다. 육지에 우뚝 선 유달산 아래 있다 해서 고하도라 이름 붙은 섬이다. 조선시대엔 보화도라고도 불린 이 섬은 한 때 나라를 지키는 보루 중 하나였고 그리하여 적으로부터 온갖 고난을 받아야 했다.


음력 1597년 9월 16일 이순신 장군은 해남과 진도 사이 좁은 해협인 울돌목에서 국운을 건 일대 혈전을 치른다. 단 13척의 함선으로 적선 133척을 맞아 싸운 이 전투는 그 유명한 명량해전이다. 주지하다시피 조선군 피해 없이 적선 31척을 격파하고 서해안 제해권을 되찾은 기적적 해전이다.


이후 함대의 기동을 보면 장군에겐 대승의 통쾌함보다 확신할 수 없는 제해권에 대한 우려가 컸던 듯 보인다. 함대는 보름 동안 후퇴를 거듭한다. 신안을 거쳐 지금 새만금이 있는 전라북도 고군산도까지 기동한다. 적의 예기를 꺾는 데는 성공했으나 규모에선 여전히 절대적 열세였기에 혹시 있을지 모를 적의 공세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을 테다.


물러났던 함대는 보름만인 음력 10월 29일 남하해 향후 수군을 재건할 터전을 잡는다. 그곳이 바로 보화도, 오늘의 목포시 고하도다. 상당한 병력이 지낼 부지가 있는 데다 배를 건조할 나무가 많고, 무엇보다 좌우로 긴 섬을 따라 함대를 은폐할 수 있는 요지였기 때문이다. 수군은 이곳에서 106일 간 머물며 판옥선 40여척을 건조하고 군량미 2만석을 확보했으며 8000명의 수군을 훈련한 뒤 해남을 돌아 다시 남해로 진입한다. 이후 조선은 정유재란이 끝날 때까지 서남해의 제해권을 잃지 않는다.


조선 바다가 가장 허약할 때 조선 수군의 본진이 되었던 고하도는 이후 고난의 세월을 겪었다. 목포가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의 전진기지가 된 탓에 전략적 요충지인 고하도도 바람 잘 날 없었다. 유달산에 주둔하던 일본군 150사단 사령부가 조선민을 동원해 고하도에 대규모 방공호를 건설했고 이 과정에서 적잖은 이들이 다치고 죽었다고 했다. 그뿐인가. 고하도 곳곳에 얼마나 많은 쇠말뚝을 박아 넣었던지 아직까지 뽑지 못한 곳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수군 터는 허물어졌고 충무공의 업적을 기념한 비석은 총질까지 한 뒤 뽑아서는 야산에 던져두었다. 이순신 장군과 남다른 인연이 있어 더 모진 고난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고하도와 이순신을 함께 떠올리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고하도는 목포 여행객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찾게 되는 관광지인데, 그건 이곳에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백에서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 섬을 찾지만 정작 충무공의 공적을 기린 유허비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는 정류장에서 비석까지 오가는 길이 멀고 불편하기 때문이고, 비석의 의미며 존재여부를 충실히 아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충무공은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짝을 찾기 어려울 만큼 위대한 영웅이다. 왜구를 물리치고 반도의 백성을 구한 업적이며, 조정의 핍박에도 끝까지 선을 다한 태도에서 현세에도 보고 배울 점이 적지 않다. 화폐에까지 새겨졌을 만큼 인지도와 호감도도 높다. 때문에 장군이 잠깐이라도 지나친 여러 지역에선 장군과 연계된 관광상품 개발에 열을 올린다.


목포시는 딴판이다. 고하도라는 큰 인연을 가진 땅을 놓고서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 아무리 전액 민간자본으로 설치했다지만 조선 수군을 재건한 땅에 케이블카를 놓고서 관련한 충실한 설명 하나를 두지 않았다. 산책로에 놓인 동상이 특색이 있긴 하나 연계된 학습요소가 전무하다. 정작 의미가 큰 유허비며 모충각은 안중에도 없다. 이것이 목포가 고하도와 충무공을 대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고하도는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목포시는 고하도 서남면의 갯벌을 간척하여 신항만을 건설했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는 신항 인근 부지로 옮겨져 영구보존 될 예정이다. 고하도엔 과거와 현재의 해양사를 고루 간직한 역사적 자산이 가득하다. 그러나 오늘 목포가 고하도를 다루는 방식을 보고 있자면 그 미래가 어떤 모양일지 참담한 마음뿐이다.



2022. 8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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