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다. 백혈병이라고 했다. 입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선 빡빡이가 되어서 희- 하고 웃더니 얼마쯤 흘러서는 그냥 죽어버렸다고 했다. 잘 웃던 아이라서 생각하면 웃는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했고 내가 읽는 책도 모두 죽은 이가 쓴 것이어서 나는 죽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다. 그냥 죽었구나 하고 말았다. 나는 이따금 그와 내가 시간을 보내던 놀이터에 그와 내가 가지고 놀던 공과 글러브와 방망이를 가져가서는 혼자서 벽에 던지고 치고 받고 다시 치고 던지고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치고 받고 던지는 것이 모두 그리움이란 걸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공과 방망이와 글러브가 없이도 누구를 그리워할 수 있게 된 건 또 한참이 흘러서였다. 그리워하는 건 거듭 실패하는 일이라 유쾌하지 않았으나 그리워하고 하지 않고를 내가 나서 정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볼 수 없는 걸 보고 싶어 하다가는 볼 수 없단 걸 인정하겠다 거짓말을 해놓고서 다시 때가 되면 또 보고싶어 하길 반복하곤 하였다. 어차피 안 되는 것이니 그만두면 좋았으련만 안 되면 안 될 수록 더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이 그리움이란 놈의 생리인 것이다. 매번 실패하고 매번 포기하고 매번 다가서다 매번 괴로워하는 죽을 때나 끝날 것을 어째서 계속 해야만 하는 건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풍경이고 때로는 소리이며 때로는 마지막 대화이기도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들에 얹혀 서서히 침몰해가는 저녁, 분수는 속없이 노래하고 밤바다는 무심히도 어두워지기만 하였다.
2022.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