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만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호 Jul 01. 2023

'완전한 재앙' 앞둔 인류, 선박 업계의 노력

오마이뉴스 게재, <친환경 선박 잡학지식> 서평

[김성호의 독서만세 137] '친환경 선박 잡학지식'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완전한 재앙'이 펼쳐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없는 게 환경문제다. 인류의 종말을 알리는 환경시계가 째깍째깍 흘러가 어느덧 자정 가까이 다가섰지만 사람들은 북극의 얼음보다 내 컵 안의 얼음이 녹는 걸 더욱 중요하게 느낀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이는 건 다큐멘터리에나 나오는 일이고 기상이변 역시 너무 자주 일어나 '이변'이란 단어가 무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대 위기에 임박했다는 증거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특히 기간에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멸하는 대멸종(mass extinctions)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연구도 수두룩하다. 지난 6억 년의 지구 역사 가운데 다섯 번 있었던 대멸종의 여섯 번째 시기가 현재진행형이란 것이다.

UN 사무총장까지 나서 '완전한 재앙'이란 표현을 썼을 만큼 환경위기는 가까이 와 있다. 이미 지난 십수 년 동안 완곡한 경고를 해온 국제단체와 과학자들은 이제 선명한 단어로 위기를 말한다. 불과 30년 뒤면 기후난민이 10억 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부터, 인도 뭄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국 광저우와 텐진, 태국 방콕 등 대도시까지 물에 잠길 것이란 연구도 있다. 환경위기는 이미 코앞에 와 있다.


환경위기와 관련한 각종 연구는 대체로 한 가지 원인을 지목한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들고, 석유를 사용해 기계를 움직이며, 천연가스로 물을 끓이는 인간의 생활방식이 대기와 해수에 이산화탄소량을 늘리고 이것이 생명체에게 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온실효과로 인한 온난화와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녹아들어 일어나는 산성화, 그 결과인 해수 속의 산소 부족 현상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종의 말살을 가져온다는 게 현재 과학계의 다수설이다.


이에 대해 UN은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각종 산업과 실생활에서의 연료 사용이 근본적으로 변해야만 다가오는 대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친환경 선박 잡학지식 책 표지ⓒ 지성사


'대재앙'을 막기 위해 선박은 이렇게 


<친환경 선박 잡학지식>은 이러한 국면에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항행에 종사하는 선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전문적으로 풀어 설명하는 흔치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부교수로 선박에 적용하는 각종 에너지 공정을 연구해온 임영섭 박사가 저술했다.


책은 LNG수송선을 중심으로 현대 선박의 연료체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설명한다. 1960년대 중동 가스전에서 동아시아 국가로 LNG를 수송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LNG선은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스팀터빈 중심으로 운항해왔다.


통상 LNG선은 LNG를 극저온 상태로 액화시켜 운송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차단하더라도 외부 열에 의해 일정량의 가스가 증발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스팀터빈 방식은 어차피 증발하는 가스로 터빈을 돌려 추진력을 삼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에너지 비용이 들지 않아 대부분의 LNG선이 연료공급 방식으로 채택했다. 일반 선박처럼 따로 중유를 쓰지 않고도 운항이 가능해 비용이 절감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방식엔 문제가 있었다. 열을 일로 전환하는 에너지 효율이 30% 정도로 낮아서 필요한 양의 스팀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연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소가 많아지면 이산화탄소 역시 많이 배출되므로 이를 감축하려는 국제기구의 방침과 맞지 않은 건 물론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스팀을 돌리고 남은 가스를 다시 액화하는 방법이다. 항만에서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배 안에 저장하듯이 배 위에서도 증발한 가스를 다시 액화하는 시설을 넣자는 것이다.


특히 재액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이 중 몇 가지는 한국 조선소가 보유한 기술이다. 이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업체들이 LNG수송선을 선도적으로 수주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일반 선박의 경우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줄이는 것도 큰 관심사다. 선박이 단가를 아끼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저급 연료, 즉 벙커C유엔 다량의 황이 포함돼 있어 선박이 앞으로 나아가는 자체가 황산화물 배출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 질소 역시 연료와 공기 중에 함유돼 있어 연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물리적, 화학적 방식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지만 선박 내 설치 비용이 크거나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등 한계도 명확한 실정이다. 책은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 황과 질소가 적게 함유된 바이오 연료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기존에 LNG선에서만 가능했던 LNG 추진 방식이 일반 상선과 여객선에도 확대 보급될 가능성도 언급한다. 일반 상선에선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친환경 추진이 LNG선에선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반 선박에도 일정 공간을 할애해 LNG 연료를 싣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계적인 선급 DNV-GL에 따르면 2000년 초반까진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던 LNG 추진선이 2025년까진 전 세계 500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충분하진 않다


저자는 그럼에도 전 세계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근본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황과 질소산화물을 일정 부분 해결하더라도 탄소연료를 연소 시켜 추진력을 얻는 선박은 이산화탄소 배출로부터 해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책은 수소연료 등 연소가 필요 없는 대체연료 사용 등 다양한 방식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어떤 방식도 당면한 한계를 극복하고 바로 현장에서 쓰이거나 이산화탄소 배출양을 급감시키기엔 무리가 따른다.


<친환경 선박 잡학지식>이란 제목에서 읽히듯 책은 선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대중서적이다. 특히 선박이 지난 수십 년간 에너지문제를 풀어온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어떻게 기업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제한적으로나마 하고 있는지를 알게끔 한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상을 살아가며 환경위기를 아주 멀리 있는 무엇으로 느끼거나, 당장의 불편함 때문에 환경보호에 동참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에게 거대 기업조차 이토록 고민하고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음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항해에 나서는 상선들은 여전히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대량의 이산화탄소와 황·질소산화물을 배출할 뿐 아니라 국제 교역이 활성화될수록 소비가 진작되고 그에 따라 생산과 발전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조선과 해운업계가 어떻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현재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충분하다.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이 이들 상선이 옮겨온 연료와 물건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으로 바꾸어가려는 이들의 노력을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