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이 알려준 베트남에서 맛집찾는 법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by 김성호

중부도시 뀌년을 여행하다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트게 됐다. 외지인에겐 그닥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찾다가 그걸 흥미롭게 여긴 이들이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들과 같이 다니며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일종의 베트남 여행 노하우랄까. 그중에서도 한 가지가 나름 특색이 있었다.


"멋진 그림 걸린 곳으로 가. 취향 있는 주인장이니 맛난 음식이 나올 거야."


맛집을 찾는 방법을 알려달라니 대뜸 그림 이야기가 나왔다. 번역이 잘못됐나 싶어 번역기를 다시 돌렸지만 이번에도 답은 같았다. 그림이 멋진 곳은 실망시키는 일이 적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지만 훌륭한 곳과 그저 그런 곳을 가려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엔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으로 가게를 골랐는데 십중팔구 그런 집엔 여행자들만 수두룩했다.


특히 한국이나 유럽 여행자에게 유명한 곳은 베트남 음식 본연의 맛을 추구하기보단 다분히 여행객의 입맛에 맞추길 선택한 인상이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한국화된 베트남음식을 굳이 현지에서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현지인에게 현지 맛집을 가려내는 법을 알려달라 요청한 건 그래서였다.


하긴, 외국인이 내게 한국에서 맛집을 찾는 법을 묻는다면 답하기 난감할지도 모르겠다.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친구는 역시 구글지도를 추천했고, 다른 친구는 현지인이 많이 가는 음식점에 따라 들어가 보라고 권했다. 특히 교복이나 회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많다면 가격도 괜찮고 실패하지도 않을 거라 했다. 역시나 그런 방법이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일 즈음, 또 다른 친구가 그림 이야기를 한 거다. 너무 색다른 방법이라 그 뒤 음식점을 갈 때면 그림이 걸려 있는지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베트남 음식점엔 그림이 생각보다 흔하게 걸려 있었다. 그것도 한국에서처럼 유명한 서양화가의 작품이 아닌, 제 나라 화가의 그림 일색이었다. 그림만이 아니었다. 목공예 작품부터 도자기나 사진 같은 예술작품을 한켠에 두어 공간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 특색 있는 그림이나 조각을 만나는 건 흔한 경험이 아니다. 작품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유명한 서양화가의 프린트 된 복제품이기 일쑤다. 그것이 꼭 나쁘단 건 아니지만 대중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폭이 넓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특색 있는 그림이나 조각을 만나는 건 흔한 경험이 아니다. 작품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유명한 서양화가의 프린트 된 복제품이기 일쑤다. 그것이 꼭 나쁘단 건 아니지만 대중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폭이 넓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험상 한국 카페에 걸린 그림은 고흐와 마티즈, 호퍼, 워홀, 샤갈, 마네, 모네, 르누아르 정도가 다른 모든 작가의 작품을 압도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몇몇 작품이 그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들이 훌륭한 작가인 건 사실이지만 카페 같은 곳에서 그런 작품을 마주할 때면 한숨부터 나오곤 한다. 워낙 흔하게 마주하는 작풍은 감동도 자극도 일으키지 못하는 탓이다. 저도 모르게 이 같은 풍경에만 익숙해져 있던 것을 베트남의 일상적 예술애호, 요컨대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이고 이발소며 마사지업소와 같은 곳에서까지 꼭 그곳에만 있을 법한 작품을 마주하게 되니 새로운 감상이 이는 때가 많았다.


더욱 흥미로운 건 미술품을 살피라고 권한 이의 말처럼 매력적인 작품이 걸린 업소가 음식이며 서비스까지 상당히 만족스러웠단 점이었다. 공간도, 음식도, 음료도, 서비스도 모두 취향과 수준을 따르게 마련이니 그 품격과 정취가 서로 흘러 닿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가만히 살피다보니 베트남이란 나라의 미술애호가 정겹게 느껴졌다. 미술관도 상대적으로 많지만 미술관이 아니라도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일상에 널려 있었다. 거리 화가도 많고 가게며 가정집에도 늘 그림이 걸려 있었으니까. 또 저들의 그림 안엔 자기만의 문화와 풍속이, 또 유명한 거리며 나무들이 그대로 들어앉아 있었다. 일상적 공간에선 예술을 만나보기 어려운 현실이, 또 우리의 것이 담긴 그림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돌아가면 내가 사는 세계가 담긴 작품을 한 점쯤 구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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