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이 된 호찌민과 짓눌린 목소리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by 김성호

베트남 전역에, 말 그대로 전국 어디에나 호찌민이 있다. 호찌민의 정신이 울렁거린다는 게 아니라 호찌민의 얼굴이 나붙어 있다는 거다. 남과 북,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호찌민 얼굴 그려진 건물이며 간판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화폐도 마찬가지, 고액권부터 저액권까지 모든 화폐에 호찌민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세상 어느 나라가 모든 화폐를 한 얼굴로 도배해놓는가. 북한도 쿠바도 이스라엘과 사우디조차도 그렇게는 안 한다. 한나라 지배를 격파한 쯩자매도, 원제국을 세번이나 물리친 쩐흥다오도, 대월국 태조 리타이또도, 떠이썬의 영웅 꽝쭝도, 사이공의 걸출한 통치자 레 반 주엣도,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형님도 아닌, 오로지 호찌민만이 베트남의 유일한 영웅이고 위인이란 것인가. 열등감과 자기애로 가득한 그 네로며 히틀러 같은 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물며 호찌민을! 쓰다보니 인도도 간디를 그렇게 해놨단 게 떠오르지만서도 간디는 그런 걸 좋아할 인간이니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무튼 호찌민은 우상이 되길 원한 적 없다. 그는 죽어서 저를 화장하고 언덕 위에 뿌려달라 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를 따른다는 놈들이 그 시신을 방부처리하여 오가는 모두 앞에 눕혀놓았다. 그가 유물론자인 건 사실일지라도 레닌 정도는 아니었을 터인데, 제 육신을 이리 박제해 구경거리 삼는 걸 반겼을리 만무하다. 민족의 영웅조차 이리 함부로 대하는 자들이 힘없는 이들을 어찌 대했을진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암만 통합의 호찌민이고 통일의 베트남일지라도 주류가 못된 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았을리 없다. 붙잡힌 짐승처럼 포획되어 숨죽여 깔려있을 뿐이다.


나는 베트남을 좋아하지마는 그래서 베트남의 통합과 펼침 일변도의 자세가 불편하기도 하다. 조국과 민족, 의무와 자긍심은 모두 잊고서 그저 제 득실만 따지고 보는 허약한 다원주의자로 가득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민망하기도 하지마는, 어찌됐든 오늘의 베트남엔 자긍심과 통합을 넘어선 억누름의 폐해가 적잖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드넓은 바딘광장을 철통같이 경계하면서도 아동노동착취와 지독한 수준의 불평등엔 눈감고 앉은 베트남의 현실이 못마땅했던 건 그들 가운데서 나와 내 나라의 못난 모습을 겹쳐보았기 때문일 테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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