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반도의 패권국으로부터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강성한 나라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다 해서 인도차이나 반도라고 아무렇게나 이름 붙인 이 반도는 한반도의 10배쯤 되는 땅에 우리가 동남아라고 칭하는 나라의 칠할쯤이 들어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정도만 빠지는 것이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베트남은 가히 패권국이라 불러도 좋다. 긴 역사 동안 해안을 따라 남으로 팽창한 이 나라는 지난 6세기 동안 참파를, 3세기 동안 크메르의 후예들을 밀어내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남동해안까지를 차지한다. 오늘날 베트남의 가장 번성한 땅이 옛 크메르의 영토란 걸 보면 이들의 남것 내것 만들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알 만 하다 할 것이다.
베트남은 그저 강국이 아니다. 강성했던 왕국을 무너뜨린 뒤 완전히 흡수했고 54개 소수민족을 통합하여 지배하는 강대 제국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중국의 지배 아래 있었지만 그래서 그들은 더욱 강해졌다. 중국을 몰아낸 뒤 몽골을 세 번이나 막아냈고 프랑스와 일본과 미국의 야욕도 제 힘으로 고꾸러뜨렸다. 캄보디아며 라오스와 같은 인접국엔 군을 끌고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았고 때로는 꼭두각시 왕이며 정부를 수립해놓기도 했다. 베트남을 휩쓴 두 차례 인도차이나 전쟁이 단지 베트남전이라고만 불릴 수 없는 건 전쟁의 승패가 곧 반도 전체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며 실제 베트남 영향권 아래 있던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요컨대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 동안의 패권국이다.
응우옌 왕조는 서로 다른 저들의 특성을 알고 통킹과 안남과 코친차이나를 나누어 총진관을 두고 지배했다. 그러나 더 강한 제국주의의 침탈에 맞서기 위해 호찌민은 분열된 제국을 그야말로 하나로 묶어냈다. 남자와 여자를, 불교와 기독교를, 킨족과 나머지를 머리끄댕이를 잡고서 하나로 뭉쳤다. 그 결과가 오늘의 베트남이다.
뭉치면 강해지지만 뭉쳐서 고통받기도 하는 법이다. 제 도시에 북방 지도자의 이름이 붙어도 아무 말을 할 수 없고, 권력의 지역배분까지 깨뜨려져도 항의하지 못한다. 힘은 점점 더 점으로 모이고 밀려난 것은 밀려난대로 그저 묶여 있을 뿐이다. 남부가 그러한데 하물며 54개 소수민족들이야.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나는 한반도의 다른 가능성들을 떠올려본다. 놀랄 만큼 닮아 있는 베트남과 한국의 특성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발현된 장면들을 생각한다. 한반도가 지금보다 크고 그리하여 곁에 이질적 문화권이 공존하고 있었다면, 조선이 뱃길을 걸어잠그고 움츠러들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제 힘으로 식민지배를 물리쳤다면, 미국과 다른 관계를 갖게 됐다면 오늘의 한국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인간은 별 것 아닌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 별 것 아닌 것들이 쌓아올린 선과 악이 어찌나 선명한지 나는 몹시 어리둥절해지고 만다. 내 짧은 이해로 닿을 수 없는 것이 세상엔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