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책바에서 읽는 사람들

단상

by 김성호

요즈음 책바가 유행을 탄다고 한다. 느긋한 음악을 틀어두고 말소리 죽인 곳에서 술 한 잔 곁에 두고 책을 읽는단 것인데,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내게 독서란 다양한 자극이 흘러 넘치는 곳에서 때때로 소리내 읽고 의견을 나누며 해야 제격인 탓이다. 그리하여 나는 걸으며 읽고 공터에서 읽으며 아무렇게나 떠들다가 읽고 또 떠들기를 즐긴다. 같은 이유로 내게 최악의 독서장소는 말소리 죽여 말하거나 그조차 금지하는 곳인데 요즈음 유행하는 책바들이 꼭 그러하지 않은가. 조선시대 선비들이 물 소리 크고 글 읽는 소리 크게 나는 곳에서 읽고 쓰기를 즐겨했으니 그들 닮은 꼰대적 취향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대목이다. 솔까말 술과 풍류와 책은 맞닿게 마련인데 침묵의 독서야 차 한 잔 두고 하는 묵상이며 기도와 어울리지 어찌 자유로운 독서에 어울린다 할 것인가.


그러나 나는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걸 나중에 이해하길 즐겨한다. 대체 가만히 앉아 조용히 읽는 이들은 어떤 이들일지 궁금했다. 분명히 이점이 있으니 그리 하는 것일텐데 책과 글과 생각을 가까이 하면서도 이와 같은 문화를 모른대서야 안타까운 일이다. 책바에서 책을 읽고 나눈다는 모임에 참석하기까진 이러한 연유가 자리했다.


막상 찾은 바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어느 사진사가 시종 찰칵대며 사진을 찍는 통에 정신이 산란했다. 대저 시끄러운 곳에선 소음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지만 온통 조용케 해두고는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찍도록 하는 건 신경을 거스르는 일이다. 독서도 결국 한 시간 정도로 끝을 내고 나왔는데 읽는 곳과 소감을 나누는 곳이 다르다는 건 번거로운 일이다. 모임에서도 책 이야기는 얼마 나누지 못했는데 그 역시 이러한 영향이 없진 않았을 테다.


결국 나는 읽던 대로 읽기로 하였다. 내 인생 가운데 만난 멋진 독서 대부분이 다양한 자극과 함께 다가왔단 건 그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2022. 12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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