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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그래서 얼마입니까

단상

by 김성호

온갖 조율은 다하고도 가격을 말하지 않았다. 어느 유튜버가 삼십을 받았다는 얘길 들었으나 유튜버도 무엇도 아닌 내게도 같은 가격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원고를 쓴 뒤 물어볼 수는 없는 일, 나는 오늘에야 고료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래서 얼마입니까 묻자 짜증나는 답이 돌아왔다.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나요. 제안도 그쪽이, 기획도 그쪽이, 운신의 폭은 죄다 자른 글을 요구하고서는 고료만은 내게 다시 물어오는 것이다. 같은 분량이면 같은 가격이지 생각했다가도 유명 유튜버와 같은 가격을 불렀다가는 당장 떨어져나가겠지 싶어 마지노선을 떠올렸다. 그럼 10만원 주세요 하니 잠시잠깐 말이 없다. 그리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하고는 연락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게 몇주가 흘러 어쩌면 내가 썼을 그 자리엔 인플루언서인가 뭣인가가 하나마나한 글을 실었으니 나는 내가 주제파악도 못하고 10만원 씩이나 부른 건가 어안이 벙벙할 뿐.


가뜩이나 기분이 상했는데 어느 방송국 기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어느 기획 기사에 영화평론가의 멘트가 필요했던 모양으로, 듣자하니 특정 국가의 영화와 문화에 소양이 있어야 답할 얘기를 물어온다. 나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에둘러 거절하고 누구누구면 되리라고 조언까지 주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 뒤 나간 기사엔 아는 것 하나 없는 한심한 작자가 남의 글을 훔쳐다가 되는대로 엮어내는 모습 뿐. 뭐 그도 수당을 받고 멘트를 해주진 않은 모양이니 어서 잊도록 하자고 그럭저럭 넘어간다.


에이 시펄 술이나 마시려는데 대작하는 이 하나가 불현듯 떠오른 듯 야 너 전에 어느 잡지에서 코인으로 고료를 받지는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는 것이라 서둘러 어플을 깔아 시가를 알아본다. 손바닥 만한 쪽글을 써주고 수년 전 받아두었던 그 코인이 지금은 양주 서너병 값이 되었으니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자 오늘은 먹고 죽자고 씻은 잔을 내어오는 것이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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