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베타메일들은..." 어쩌고 하던데, 내가 그 말을 처음들어봐서 "그렇지요"하고 말았다.
매일 아침 싸대기 몇대씩 맞고 교실에 들어서던 나날에도, 반에서 삼십몇등 쯤 하던 시절에도, 수강한 과목 절반에 디마이너며 에프 따위가 떴던 학기에도, 종일 부려먹힘당하고도 용돈이랍시고 십오만원 쯤 쥐었던 때도, 그 많은 회사 중 어느 한 곳도 나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뺀찌놓던 순간에도, 심지어는 마흔을 앞두고 백수로 지내는 지금까지도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못난 놈이라는 생각을 아예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못났다면 부모 탓이라도 해볼텐데 나는 내가 꽤나 마음에 들고 언제 어디다 가져다놔도 제법 멋지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그리하여 어떻게든 자신감 쯤은 장착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뭐 삶이 고단한 거야 인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만 어디까지나 이건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것도 대충 그러하리라 여겼던 정도에서 벗어나진 않는 것이다. 게다가 역경은 삶의 접힌 주름과도 같다. 세상의 쓸만한 이야기는 죄다 그 주름에서 자라나니 작가를 꿈꾼다면 바랄 건 주름과 그 주름에서 기어나올 의지이지 주름 없는 평탄한 삶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아까 들은 베타메일이 뭔 뜻이지 검색을 하다보니 깊은 빡침이 올라온다. 바쁜 시간 쪼개어 만나주었더니 도대체가 누굴보고 베타 어쩌고 하는 것이냔 말이다. 문맥을 돌려보니 고정수입 없는 백수에다 비빌 언덕 마땅찮은 상황이며 몇년 째 연애도 못하고 있는 꼬라지가 너도 그렇고 그런 하류인생 아니면 찐따가 아니냐고 하였던 것이다. 거기에 대고 나는 끄떡끄떡 웃는 낯으로 동의를 하였으니 짜증이 솟구친다. 마침 그 며칠 전에도 어떤 자식이 베타메일 어쩌고 하였는데 나는 그게 얼리어답터나 뭐 대충 세련된 그런 건줄 알았지 뭐냐.
그네들이야 좀 찌질한 거 말곤 여유 있게 태어나서 남들 선망하는 직업도 가졌는데 어째서 스스로를 그리 낮잡는 건지 이해하질 못하겠다. 심지어는 스스로를 그따위로 여기는 자식들이 말이다. 감히 나를 지들이랑 동류라고 여겼다니 허리춤에 방맹이라도 달고 다니다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주둥이를 후드려주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앞에서 헤헷 아유 뭘요 이지랄을 하였으니, 무식이 탈이란 말은 이짝에다 쓰는 것이다.
잔소리가 마뜩찮아 집에도 잘 안 가는 판에 별 시덥지도 않은 것들까지 빡치게 하네. 그나저나 요즘 인터넷 유저들은 찐따라고 하면 될 걸 왜 사람 헷갈리게 자꾸 요상한 말을 만드는 건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찐따란 말에 빡이 치는 건 찐따라서가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무튼 조심들 해라, 이제 방맹이 차고 다닌다.
2023. 3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