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준비 9
불감이란 감각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감각은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본래 느끼는 것이고 그러므로 배워서 아는 지식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감각과 지식을 혼동한다. '안전불감증'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는 흔히 위험한 상태임에도 위험성을 가볍게 여기거나 인지하지조차 못할 때 안전불감증에 걸렸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안전은 본래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전불감증은 안전무관심 내지는 위험인지불능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2014년의 대한민국은 안전무관심과 위험인지불능상태에 빠져있다. 안전문제에 관심이 없어 안전이 위협받는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며 닥쳐오는 위험에도 무방비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세월호 침몰 참사는 우리사회의 안전인식의 문제가 불러온 대표적인 인재였다. 만약 한국이 안전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였다면 세월호와 같이 사고가능성이 높은 배는 처음부터 운항할 수 없었을 것이고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처럼 무능한 대처가 이루어졌을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이러한 상황에 처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위기를 인지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를 알면서도 방치했기 때문이다.
갓난 아이는 흉측한 뱀이나 날카로운 칼, 끓는 물을 보더라도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이 자신의 안전을 해칠 수 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것들이 아이를 해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처럼 안전과 위험이란 자연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알아야 하는 문제다. 안전교육을 통해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안전교육은 유명무실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치원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에 대해 체계적이고 일상화된 교육을 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의 안전교육은 몇 년에 한 차례 정도 치르는 요식행위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민들이 안전문제에 민감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안전교육의 효과는 비단 시민 개개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은 안전 그 자체의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의 가치가 변화하게 되면 안전을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적극적 예방조치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전문제와 관련한 각종 비리와 편법 역시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다. 사적 이익을 위해 희생시켜야 할 것의 가치가 달라짐은 물론 사회적으로 안전문제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제는 공공성이다. 공공의 영역은 여전히 넓은데 공공성의 가치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 간다. 그리고 공공성이 무너진 자리에 이기심이 피어난다. 안전문제란 그저 나 개인의 위험과만 결부되어 생각되고 타인의 안전은 나의 안전과 같이 고려되지 않는다. 위험은 선택과 확률의 문제로 전락한다. 이것이 타인의 안전을 담보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행태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이제 타인의 안전을 나와 같이 돌보라는 말은 낡은 경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안전은 교육으로만 지켜질 수 없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안전문제를 방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그로부터 얻는 이득이 없다면 자연히 안전에 소홀하게 마련이다. 안전대책의 미비시 불이익을 주는 규제를 강화함은 물론 기업이 안전에 관심을 갖도록 지원금 등 여러 혜택을 마련하여야 한다. 다양한 안전교육을 실시해 사고의 위험에 대한 지식은 물론 안전의 중요성과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위험을 인지하는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개인의 이익에 앞서 공공의 안전을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안전무관심과 위험인지불능상태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14. 6. 19. 목요일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