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희 사건
병원에선 한 번도 진심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다. 태훈은 장례식을 떠올린다. 대희 수술을 집도한 성형외과 원장과 몇몇 일행이 찾아왔다.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그 모습에 대희 친구들이 일어나 막아섰다. 친구 중 하나가 멱살까지 잡았다. “나가자”하고 의사와 그 일행은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태훈이 집도의를 다시 만난 건 이듬해 병원에서였다. 태훈은 불청객이었다. ㅈ성형외과를 직접 찾아갔다.
어느날 동생 대학 동기에게 메시지가 왔다. 카카오톡 대화 캡처사진이었다. 그 친구는 성형수술 관련 어플에서 쪽지를 받았다고 했다. ㅈ성형외과에서 사고가 났다는 글을 올린 걸 보고 다른 이용자가 보낸 쪽지였다. 캡처사진엔 ㅈ성형외과 상담실장과 나눈 대화가 그대로 담겨있었다.
권대희 사건 사진을 보여주며 “사고가 난 사실이 있느냐”고 물으니 실장은 “저희 병원이 아니에요”라며 “요즘 소문이 자꾸 이상하게 나서 알아보고 있다”고 발뺌했다. “조치를 취해야 해서 묻는다”며 “어디서 본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가며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 치밀었다. 대희를 상담한 것도 이 사람이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갔다. 상담 받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카운터에서 “내가 권대희형이다”라고 밝혔다. 바로 아는 모양이었다. “상담실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못 들어간다”고 했다. “이 병원에서 사고가 난 게 아니면 지금 아니라고 말하라”고 “왜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제서야 원장이 나왔다.
원장도 거듭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쉬쉬하려는 게 눈에 보였다. 태훈은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고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확답하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원장은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태훈은 직접 경찰에 전화를 했다.
이날 원장은 태훈에게 “찾아오지 말고 법대로 하자”고 여러 차례 말했다. 왜 법대로 하자는 말을 저들이 먼저 꺼내는 것일까, 법은 과연 누구편인가 황당했다.
이후에도 병원 사람들은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형사 1심 공판을 취재하다 원장에게 왜 제대로 사과하지 않느냐 물은 일이 있다.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사과를 받아줘야 하지요”
원장은 차라리 나은 편이다. 변호인에게 둘러싸여 재판정을 빠져나가던 그림자 의사 신씨에게 따라붙어 입장을 물었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저보다 고작 3살 어린 대학생이 죽었는데 “미안하다”는 한 마디가 그렇게나 어렵다.
태훈은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소송에서 불리하니 사과하지 말라는 병원 측 변호사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며 “변호사를 통해 변명만 하는 걸 보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