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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프청년 Oct 18. 2022

스크린골프 알바로 시작해서 골프에 미쳐버린 청년 이야기

골프청년 이야기

호기롭게 시작했던 어학연수도 코로나라는 변수를 맞아, 장장 1년을 계획하고 갔음에도 3개월 밖에 못하고 돌아왔다. 다니던 대학교도 이미 휴학을 해놨던 터라 금 같은 20대 시간을 버리나 했었는데, 그래도 그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였을지 누가 알았겠으랴. 


꿀 빨려고 지원한 스크린골프장 알바

스크린골프 알바는 솔직히 꿀 빨려고 지원했다. 휴학도 하고, 어학연수 가기전까지 한 2년 동안은 꾸준히 했었던 VR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터라 돈을 벌 수단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알바채용 플랫폼에 스크린골프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곤 불나방 같이 달려들었다. 내심 스크린골프장, 스크린야구장 처럼 앞에 '스크린' 이라고 붙은 곳은 꿀알바라는 소문이 이미 자자했었기에 어떻게든 하고 싶었다.

와 이거 큰일났네
그 당시 송파에서 제일 컸던 골프연습장

내 인생의 재밌는 점은 항상 순탄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남들은 100번중에 1번 나올까말까한 것들을 난 시작하자마자 겪는다던지 등 매번 기상천외한 것들이 나에게 시련으로 다가오곤 했다.


스크린골프장 면접을 보러가니 도착한 곳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골프장이었다. 알고보니 내가 생각했던건 스크린골프'게임장' 이었고, 내가 지원한 곳은 스크린골프'연습장' 이었다. 


당연히 난 게임장을 생각했다. 상상했던 모습은 룸은 한 4개 정도 있고 카운터에서 일은 일대로 하고 자기계발하면서 보낼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도착하니 타석만 35개나 되는, 그때 당시 그 근처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습장이었다.


나중에 되어서야 알았는데, 스크린골프게임장과 스크린골프연습장은 완전 다른 개념이었다. 스크린골프 게임장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룸으로 된 스크린게임을 치는 곳이고, 스크린골프 연습장은 피시방처럼 딱 연습시간을 넣어주고 그만큼 연습하고 나오는 그런 곳이다. 

오히려 좋아

난 예전부터 매번 그랬다. 항상 꿀알바라고 해서 지원했던 곳은 모두 꿀알바가 아니었다. 편의점이라고 해서 지원했는데, 알고보니 서울권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편의점이었다던지 매번 꿀은 나를 비켜갔다.


웃기게도 그때마다 다짐했던 것이 '꿀알바는 언제든 헬알바로 바뀔 수 있으니, 그럴꺼면 내가 꿀벌이 되어서 이곳을 꿀이 넘치는 꿀알바로 만들겠노라' 였다. 지금 생각하면 오기였나 싶기도 하다.


스크린골프장 알바 역시 그렇게 시작했다. 먼저 타석 시스템을 익히고, 그 다음은 고객을 어떻게 하면 잘 등록시킬 수 있을지, 더 나아가서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를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팠다. 하다못해, 스크린골프 알바생인데 골프도 못치면 안된다 싶어서 골프까지 배웠다.


감사하게도 연습장 사장님이 좋게 봐주신 덕분인지, 점점 신뢰도가 쌓여서 나름대로 점장급의 자리까지 올랐다. 사장님 왈, 보통의 알바생은 나 만큼까지 열심히 안한다고 한다. 

골프로 갑시다

이렇게 꿀알바 목적으로 접근한 스크린골프 알바가 일한 3년동안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 골프의 골 자도 모르는 내가 골프로 블로그를 시작해,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 골프 인플루언서다. 그리고 앞으로 골프를 아이템으로 사업 계획도 구상중이다.


내가 골프에 미친 이유를 한가지 꼽자면 골프가 '거짓이 없는 스포츠' 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연습을 안하면 연습 안한티가 확 나고, 잘하면 잘한만큼 결과가 나오고, 심지어는 골프 대회에서도 특별히 경기심판이 없다. 매번 따라다니면서 심판을 보는게 아니라 애매한 상황일때 선수들이 경기위원을 부르는 정도다.


이렇게 내 인생은 골프로 인해 모든게 바뀌었다. 우연히 접한 스크린골프 알바로부터 골프가 시작되고, 지금까지도 골프가 계속되고 있다. 가끔은 내가 고집을 부리고 어학연수를 하느라 미국에 남았더라면 어떻게 됐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골프를 즐기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이 비용적인 문제로 인해 골프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골프의 비용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골프 레슨을 이끌어 주는 프로들이 아마추어 골퍼에게 진정한 골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골프의 대중화가 한 발 앞서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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