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_#02. 햇빛에게 단잠을 뺏긴 아침의 철학

빛도 그늘도, 결국은 같은 편

by 골골


오늘 침대에 누워 단잠을 청하는데, 누가 내 눈을 콕 찍었다. 범인은 창문 틈을 뚫고 들어온 햇빛이었다. 하필 그 시간에, 그 각도로, 당당하게 들이닥친다. 침대 위의 평온은 3초 만에 사라졌다. 반사적으로 몸을 그늘 쪽으로 굴렸지만, 그림자는 순식간에 태양에게 잡아먹히듯 소멸했다. (역시 세상은 강한 자의 것인가—)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빛 속에서 산다. 햇빛, 형광등, 휴대폰 화면, 알람 시계의 무례한 LED까지. 세상은 밝고 찬란한 것만 높이 평가한다. 반면, 빛 곁에 붙어 다니는 그늘은 이유도 모른 채 자꾸만 구석으로 밀린다. 그늘이 바닥신세가 된 건, 인간이 어둠을 지나치게 경계해 온 탓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에게도 ‘빛’에 나를 맞추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은 긍정적인 생각을 빛처럼 소중히 여기라 가르쳤고, 부정적인 감정은 빨리 털어내야 할 먼지처럼 취급하곤 했다. 나는 부정적인 마음이 들면 괜한 죄책감이 들었고, 서둘러 덮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지나친 밝음은 눈을 시리게 했고, 강요된 긍정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무조건 괜찮아야 한다는 압박은 조용히 나를 짓눌렀다. 밀어낸 줄 알았던 그늘은 마음 깊은 곳에 눅눅하게 쌓여갔다. 결국 필요한 건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둘이 함께 있는 장면에 가까웠다.


요즘 무드등이 유난히 사랑받는 걸 보면, 사람도 어둠 속에서 번지는 약한 빛이 훨씬 편안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너무 환하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그 중간의 밝기.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 공존의 감각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창밖 햇빛이 방향을 틀면 방 안의 그림자도 성실하게 따라 움직인다. 둘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이 방의 모양과 분위기를 만든다. 자연은 오래전부터 답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빛이 선을 만들고 그늘이 여백을 채운다.


너무 밝으면 눈이 시리고, 너무 어두우면 길을 잃는다. 내 하루도 빛과 그늘이 맞물릴 때 비로소 ‘살 만한 하루’가 되는 건 아닐까. 어느 날은 빛에 기대어 걷고, 또 어느 날은 그늘에 눕듯 쉬어가는 삶. 언젠가 나도 이 은근한 대비 속에 조용히 섞여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아침의 성가신 햇빛도, 나를 감싸주던 짧은 그늘도 결국 내 하루를 완성하는 한 장면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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