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나만 '작년 버전' 그대로
1월이다. 도시가 새해를 맞아 떠들썩하다.
많은 제품들이 ‘신년 맞이 세일’을 붙인 채 진열이 되고,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기다렸다는 듯 한정 메뉴를 선보인다. 가게 스피커마다 겨울 신곡이 흘러나오고, 잡화점에는 각양각색의 달력과 다이어리가 산처럼 쌓여 있다. 수많은 각오와 다짐을 ‘할인가에 모십니다’라며 내거는 강의들도 열정을 토해낸다. 헬스장엔 PT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고, 검진센터에는 미뤄둔 효도를 이제야 결제하듯 건강검진 예약이 몰린다. 새해를 맞아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하겠다 다짐하며 동시에 바닐라라테에 초콜릿 케이크를 함께 주문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주변에서는 ‘새해 효과’를 듬뿍 받은 사람들이 힘차게 나아가는 듯하지만, 내게는 썩 효험이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첫 주부터 부지런해지고, 출근길엔 ‘올해는 다르게 살아보자’는 기세가 은근히 흘러 다니지만, 나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년 미뤄오던 이사 계획은 올해도 조용히 뒤로 밀려 있고, 취업 준비 역시 새해라고 특별히 진척된 것은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휴대폰 시계의 숫자가 2025에서 2026으로 바뀐 정도다.
내게 새해는 특별한 전환이라기보다 365일에서 366일로 넘어가는 평범한 하루에 가깝다.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태어난 지 11,932일째 되는 날’ 정도일까. ‘새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D-day +11932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더 와닿는다. 해가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상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요즘 나의 활동이라고는 나이를 잊은 채 오늘 뭐 먹을지 고민하고, 월동 준비를 하고, 옷을 얼마나 더 껴입을 수 있을지를 계산하는 일이 전부다. 새해라고 도시 전체가 단체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작년 버전 그대로 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또 나쁘지는 않다. 새해라고 해서 사람까지 리셋될 필요는 없으니까. (작년 카카오톡도 야심 차게 업데이트를 했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이전 버전을 더 그리워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추위와 지내며 조용히 새해를 맞이한다.
누군가는 새해 효과를 받아 거침없이 달려 나가겠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잠시 머무르기도 한다. 이 둘 사이에는 우열도, 차이도 없다. 새로운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뿐이다.
굳이 새해 목표를 정해보자면, 작년 마지막 글에서 적었던 것처럼 ‘해야 할 일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나 해보기’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거창한 다짐도, 화려한 목표도 없이, 지금의 나에게 작은 ‘하고 싶은 일 하나’를 허락하는 것. 그 정도면 새해를 맞이하기엔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