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도서관에서 발견한 감각적인 디자인의 책이다. 부제는 [소설가 :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이다.
알고 보니 이 JOBS라는 책은 시리즈물로 편집자, 요리사, 건축가의 직업에 대해 출간된 이후 네 번째로 출간된 직업 물이다. 네 번째로 소설가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 작가로서 편집자에 대한 책도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롤 모델인 장강명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있어서다. 서점에서 우연히 읽다가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정독하게 되었다.
읽고 보니 이 책은 인터뷰 모음집이다. 요나스 요나손, 정세랑, 마르 크레비, 장강명, 로셀라 포스토리노, 정지돈, 가와카미 미에코, 김연수 작가 이렇게 8명의 걸출한 작가들의 귀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여기에 김기창 작가의 에세이는 보너스다.
인터뷰의 내용은 매력적이다. 작가 대부분이 소설가의 삶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답했다.
서문은 편집자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좋은 소설가는 철학자의 몫까지 한다.
공감한다.
마흔이 넘어 데뷔한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전 세계 1600만 부가 팔리고 영화제작까지 되었다. 그는 [소설가는 인류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팬덤이 있는 젊은 작가 정세랑은 [모두가 글을 쓰는 시대에, 쓰기에 앞서 자신의 포지션을 전략적으로 잘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가에서 소설가로 전업한 마르크 레비는 20여 편의 소설을 써내면서 천부적인 이야기꾼이 되었다. 그는 [글 쓰는 일은 항해와 같다.] [삶이 위대한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
기자에서 소설가로 전업한 장강명도 [영감은 늘 쏟아져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로 유명한 로셀라 포스토리노는 [모든 사람의 인생은 쓰다.]고 말한다.
기성문단에서 눈에 띄는 글을 쓰는 정지돈 작가는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의 정체성을 다루며 문학상을 받아낸 가수 출신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는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30년 가까이 문단에서 활동한 김연수 작가는 [시대의 목소리를 내며, 지금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소설가들이 말하는 작가의 마음가짐과 그들의 마음가짐에 대한 솔직한 명언으로 가득하다. 형광펜으로 칠해 둔 듯 강조된 문장들이 다시 눈앞에 아른거린다. 언제든 꺼내 읽고 싶은 인터뷰 모음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