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리의 단편소설
-. 사회의 ‘일반적인 삶’에 적응할 수 없는 세 남녀가 어떻게 그들만의 가족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만들어내는가를 낮은 목소리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 작품해설 중
1. 분량과 단락장
A4용지 9장, 신국판 종이책 기준 28페이지 정도 분량의 단편소설이다. 단락장은 크게 다섯 개에서 여섯 개까지도 나누어진다.
1) 주인공 인물의 배경 설명으로 이뤄진 단락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남자 한펭과 여자 시유다. 이 둘은 한 카페에서 데이트 중이다. 이 둘은 각자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이야기 등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가 끊기고를 반복한다.
2) 한펭의 어머니가 시유와의 만남에 관심이 많다. 다시 만날 것인지, 어땠는지, 언제 만나는지 등 한펭을 신경 쓰이게 한다.
3) 한펭과 어머니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시유를 집에서의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시유는 저녁식사 전에 둘이 한번 더 만나자는 제안을 하고.
4) 두 번째 데이트도 카페에서 한다. 조용한 카페인데다가 정전으로 촛불만 불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대화를 한다. 여기서 한펭 어머니의 정체성에 대해서 언급이 된다.
5) 한펭 집에서의 저녁식사가 진행된다. 초대받은 시유와 한펭은 아직 조금 어색하다. 이들은 서로 같은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아직은 어색한 관계이다.
2. 읽고 난 느낌
정황상, 정서상 조금 혼란스러운 단편소설이다.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될 주인공 어머니와 아내 될 여자의 동성 관계에서 형성되는 특유의 ‘라포’는 정서상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작은 공감대는 형성된다. 그 공감대 형성 과정에서 특히 주인공들의 대화 비중은 적지만, 주인공의 감정이 촘촘하고 세밀하게 서술이 잘 되어 있다.
3.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아무래도 마지막 단락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관계가 정황상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마지막 단락에서 그 관계에 대한 확신을 준다. 특히 {두 사람은 함께 그의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었다. 다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셋 다 외롭고 슬픈 사람들이었고 함께 있다고 해서 덜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외로움을 담을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라고 한 제일 마지막 단락의 문장들에서, 현대 사회에서 해당되는 인간들 본연의 외로움에 해당하는 교차점이 포착되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4. 시유는 어떤 인물
한펭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만나는 능동적인 여성 인물이다. 한펭을 만나기 위한 목적보다는 한펭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 한펭을 만나는 인물로, 생각보다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5. 한펭은 어떤 사람
주인공 남자로, 수동적인 인물이다. 어머니의 의도를 알면서도 철저하게 어머니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어머니에게 질문을 던지긴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정해져 있고 그대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6. 시유와 한펭의 만남과 같은 일례
정확한 일례는 떠오르지 않는다. 아주 같은 일례는 아니지만 부모의 강제로 인한 만남에서 이어지는 인연은 표면적으로는 성 정체성이라는 특수성만 다를 뿐, 한국의 극단적인 가족 드라마 장르에서 많이 발견하던 모습이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외로운 사람끼리의 만남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러닝크루, 등산모임, 독서모임 등 성 정체성을 떠나서 혼자를 두려워하는 인간사회의 모습에서 그 일례를 찾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