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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Nov 15. 2024

취중집필

지난 여름. 한 번은 계곡에서 구워 먹기 위해 가져갔던 고기가 많이 남았다.

고기 먹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너무 좋아했다.

그 물놀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좋은 평상을 빌려놓고

평상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아내가 남은 고기를 저녁에 집에서 구워 먹자고 했다.

전기그릴을 7년 만에 사용했다.

사실 아내는 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름이 사방으로 튀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내도 7년 만에 어느 정도 내려놓았나 보다.


소주 한잔하자고 했다.

우린 만취했다.


아내는 양치질과 세수만 하고 기절했다.

아이를 낳고 6년간 그러던 아내가 아닌데

취하고 싶었나 보다.


그나마 내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씻기고 재웠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웹소설을 썼다.


이렇게 과음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막 쓴 것 같다.


지금 정신을 차리고

취중집필 했던 내용을 보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썩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술 먹고 글이 술술 써졌다.

생각보다 많이 썼다.

단숨에 2500자를 썼다.


술기운에 글을 써도 되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좋다.


습관처럼 취중집필을 하면 안 되겠지만,

술 먹었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했다는 것이 좋았다.


술 먹고 2차, 3차,

그렇게 했던 것이 대한민국 회식의 음주 문화다.


난 술 먹고 2차로

글을 읽고 쓰러 간다고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야말로 알코올 중독보다도 무서운 활자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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