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간의 삶이란..
언젠가 동생 내외가 청주에 놀러 왔다.
두 딸이 있는 동생이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동생 내외다.
큰 딸이 소아암을 앓으며 힘든 투병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우 다행스럽게
6개월의 항암치료를 이겨내고
정상생활 중이다.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충청권의 인기 계곡인 쌍곡계곡을 다녀왔다.
너무나도 잘 논다.
나도 정신없이 물총을 쏘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신나게 놀았다.
큰딸, 나에게는 조카.
밤새 고열에 시달렸다.
밤에 응급실을 다녀오고 아침에는 큰 병원에 갔다.
목이 많이 부었단다.
사실 청주 오기 전부터 살짝 미열이 있었는데
놀겠다는 본인의 의지로 근성을 갖고 놀았던 것 같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곧 주사를 맞는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계곡에서는 동생의 손에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라는 책이 쥐어져 있었다.
내가 추천하며 그에게 빌려준 책이다.
김민섭 작가는 일찍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으로
단숨에 인기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지방대 시간강사의 현실적인 이야기는
그가 더 이상 강사 생활을 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다음 작품인 ‘대리사회’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하며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들이다.
너무 현실적이다.
대리기사들은 철저하게 객체로 산다.
그들은 정해진 목적지로 이동해야 한다.
늘 예상 못 한 차량의 운전대를 잡게 되고
익숙하기 않은 시트에 앉아야 한다.
시트 조절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 시트에 내 몸을 맞춰야 한다.
그 외에 노래를 틀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하는 오락을 즐길 수 없다.
심지어 창문도 맘대로 열지 못한다.
급제동, 급정거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게 대리기사는 [철저하게] 종속된 노동자다.
나의 모습,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는 종속된 존재일까 자유로운 존재일까.
혹은 자유라고 믿고 싶은 존재일까.
대리사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