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
천만관객이 넘은 영화를 뒤늦게 감상했다. 애초에 대중영화 중에서도 천만관객이 넘어가는 영화를 굳이 찾아보진 않았다. 영화 파묘는 단순한 오락영화나 조폭/범죄도 아닌데 성공한 비결과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주변에 영화를 보고 말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어 시대의 콘텐츠로 성공했다는 생각에 분석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비평가로 영화 감상에 참석했다.
영화감상 결과는 한마디로 각종 설화, 민담, 전설, 역사를 적당한 배합으로 혼합시켜서 나름대로 잘 버무려 만들었다. 김상덕 역의 최민식 배우, 이화림 역의 김고은 배우, 고영근 역의 유해진 배우, 윤봉길 역의 이도현 배우 넷의 조합 또한 서로 시너지를 만드는 팀워크가 좋았다. 각 배우가 지관, 장의사, 무속인이 되어 열연했다.
한국사람이 예전부터 상을 치를 때 손 없는 날과 명당을 고집하는 성향을 잘 살려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극 중 인물들과 관객들은 묘를 이장하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며 알 수 없는 존재가 다가오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 극은 그 불안함을 최고조로 올리다가 역사를 거슬러 조선시대까지 올라가고 파묘에서 첩장, 또 다른 거대한 관까지 나온다.
감독, 극본, 기획이 장재현 감독으로 동일인인데 극의 개요와 목차를 보니 서사 좀 쓰는 사람이다. 프롤로그로 시작하며, 1장 음양오행, 2장 이름 없는 묘, 3장 혼령, 4장 동티, 5장 도깨비불, 6장 쇠말뚝 그리고 에필로그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1981년 생의 젊은 감독이며 최연소 천만관객으로 흥행을 이끈 감독이라고 한다. 앞으로가 쭉 기대되는 인물이다.
중반부 이후로 바뀌는 분위기와 생각과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 때문에 호불호가 있지만 어쨌든 한국 영화에서는 대단히 참신했고, 식상한 액션이나 로코에 비해 이런 오컬트 영화가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미드 슈퍼내추럴의 찐 팬으로 동서양의 오컬트가 겹치는 것도 신기하다.
끝으로 난 귀신이나 혼령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이 모르는 실체화되지 않는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자연적인 현상들, 인간이 현대 과학기술로 규명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말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본 영화 파묘에서 나온 바와 같이 드러내서는 안 될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