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처갓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내와 아들은 이미 처갓집에서 1박을 하고 거기서 쉬고 있기에
모처럼 나 혼자 길을 나섰다.
같은 시에 있는데도
서로 집간 거리가
각각 서남쪽, 동남쪽이라서
나름의 거리가 있는 편이다.
10km 정도 거리.
날씨가 더워서 택시를 탈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시내버스를 타기로 했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광역버스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다시, 광역버스를 타고 편하게 가기로 마음먹었다.
집에서 예상 도착시간을 보며
여유를 부리다가
역시나 급하게 나왔다.
버스는 역시 한산했다.
요금이 조금 비싸지만 광역버스의 매력이다.
게다가 많은 정거장에 정차하지 않는다.
그래서 빠르다.
그런데 대뜸 옆자리에 어떤 여사님이 앉으신 것이다.
그리고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느 동네로 가려면 뭐뭐동에서 내리는 게 빠른 거 맞죠?
제가 버스를 10년 만에 타봐서..”
“네 잠시만요 저도 버스를 오랜만에 타서,
버스 경로랑 지도 어플 확인 좀 해보고요.”
난 스마트하게 지도 어플을 켜서 버스 경로 기능을 켰다.
아뿔싸.
이 광역버스는 처갓집까지 안 간다.
정확하게는 근처는 간다.
하지만 이 혹독한 날씨에 내려서 20분을 걸어야 한다.
그때부터 멘붕이 왔다.
예상에도 없던 환승을 해야 하게 된 것이다.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여사님에게는
일단 맞는 것 같다고 대답을 해드렸다.
처갓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는
카카오톡을 보냈다.
“아뿔싸.”
아내도 재밌는지 내게 답장을 보냈다.
“아뿔싸.”
단어가 재밌는 것 같아서 어원을 검색했다.
대부분,
'앗+불사(不思)'
'아차 생각을 못 했네'
의 식으로 해석이 되어있고,
국립국어원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못한 말이다.
생각을 해야 했는데 생각 없이 버스를 탑승한 게 잘못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말과 글은 물론이고
행동할 때도 생각을 하고 움직여야겠다고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