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선생님이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을 예고하셨다.
도서관에 있던 난
누가 먼저 빌려갈세라 얼른 책을 찾았다.
성인 자료실에 없었다.
책은 어린이 자료실에 있었다.
동화책인 것이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마치..
자녀의 책을 찾듯 책을 찾았다.
찾는데 애를 좀 먹었다.
성인 자료실의 책분류 규칙과
어린이 책의 분류규칙이 조금 달라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겨우 발견.
자리로 가져와서 한숨 돌리고 읽어봤다.
수많은 수박 중에서 단 한 개가 없어졌다.
주인공 앙통은 완벽한 수박밭이 망가져서 슬펐다.
분노했다.
괴로워했고,
체념했다.
수박밭은 더 망가져버렸다.
문득 앙통은 내려놓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편안함과 즐거움을..
앙통은 이제 허전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망가진 수박밭이 그에게는 완벽하니깐..
사실 우리는 스스로 좀 망가져야 한다.
완벽주의는 스스로 좀 먹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앙통도 그것을 깨달은 것일까?
난 책을 냉큼 대출처리해서 집에서 아들에게 정성껏 읽어주었다.
아들은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집중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했다.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
그의 대답은 짧았다.
‘몰라.’
난 웃고 말았다.
여섯 살 아들에게 기대가 컸나 보다.
너는 네 삶이 도둑맞는 수박인 것처럼 행동해야 해
- 안톤 체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