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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Dec 08. 2024

나의 수박밭

글쓰기 선생님이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을 예고하셨다.


도서관에 있던 난

누가 먼저 빌려갈세라 얼른 책을 찾았다.


성인 자료실에 없었다.

책은 어린이 자료실에 있었다.

동화책인 것이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마치..

자녀의 책을 찾듯 책을 찾았다.


찾는데 애를 좀 먹었다.

성인 자료실의 책분류 규칙과

어린이 책의 분류규칙이 조금 달라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겨우 발견.


자리로 가져와서 한숨 돌리고 읽어봤다.


수많은 수박 중에서 단 한 개가 없어졌다.

주인공 앙통은 완벽한 수박밭이 망가져서 슬펐다.

분노했다.

괴로워했고,

체념했다.


수박밭은 더 망가져버렸다.


문득 앙통은 내려놓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편안함과 즐거움을..


앙통은 이제 허전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망가진 수박밭이 그에게는 완벽하니깐..


사실 우리는 스스로 좀 망가져야 한다.

완벽주의는 스스로 좀 먹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앙통도 그것을 깨달은 것일까?


난 책을 냉큼 대출처리해서 집에서 아들에게 정성껏 읽어주었다.


아들은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집중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했다.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


그의 대답은 짧았다.


‘몰라.’


난 웃고 말았다.


여섯 살 아들에게 기대가 컸나 보다.


너는 네 삶이 도둑맞는 수박인 것처럼 행동해야 해
- 안톤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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