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경로를 제대로 확인 못한 채 광역버스를 타버렸다.
재빨리 목적지에 가까운 정류장을 확인했고,
비교적 가까운 환승 가능한 정류장을 확인했다.
시장역.
왠지 모르게 내리기 껄끄러운 정류장이다.
인파도 많을 것 같고,
버스 탑승조차 쉽지 않을 느낌이다.
시장.
지역에서 유명한 시장이다.
단순히 여러 개의 거리가 교차하는 곳에
장이 생긴 길거리 시장이다.
1900년쯤에 이곳으로 이전한 것이라고 하니
그 역사가 대단한다.
이전하기 전으로 따라 올라가면,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예로부터 지방의 모든 물자가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곳에 지금 하차해야 한다.
돈 아끼지 말고 편하게 택시를 탈 걸 조금 후회가 밀려왔다.
정류장에는 역시 인파로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난 조금 멀리 떨어져 그들을 관찰했다.
평균 나이대가 거의 60~70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연로하신 분들이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주름진 얼굴, 팔뚝, 손.
눈에 보이는 모든 모습이
그야말로 이 시장통에서 세월의 풍파를 맞은 모습이다.
문득 그들을 보며 할머니가 생각났다.
지금은 그 흔한 복숭아, 딸기조차
아껴드시고 싶어서 몰래 구매해서 혼자 아껴서 드시곤 하셨다.
가난하게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다고 들었다.
이러한 시장에서 제대로 된 상가도 없이
가판대 혹은 바닥에서 식료품, 잡화 등을 판매를 하셨다고 들었다.
일찍 병이 드셔서 치매로 누워계신 모습만 기억나지만,
할머니의 고생 덕분에 아버지가 공부하셨고,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게 감사했다.
시내버스를 탑승하자
버스 이용안내 문구가 마음이 무거워진 나를 가볍게 만들었다.
[벨을 누르고 차량이 정차 후 내리셔도 괜찮아유~~]
[운행 중 이동은 위험해유~~]
여유 있는 양반들의 마음을 전달한다.
그만큼 생동감 있게 글을 쓰면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생동감 있는 글,
리얼리즘(Realism).
그것을 넘어선 초현실주의.
미국 현대문학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이 그렇다.
그의 단편소설 모음집 [대성당]을 읽을 때 그러했다.
어떤 단편은 너무 사실적이라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내 롤 모델 하루키도 카버의 팬이다.
사실 외국문학은 기피하는 편이다.
번역이 원문을 곡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성당]은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해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출판사도 그것을 아는지 번역가를 강조하는 홍보를 한다.
그러한 현실적인 글,
살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