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만나는 입사동기 네 명이 있다.
10년 가까이 유지되는 단체 카카오톡방도 있다.
종종 휴직 중인 내 안부를 묻더니,
오래간만에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자고 했다.
먼저 밥 먹자고 한 것도 고마운 일인데,
그들은 기꺼이 퇴근 후 내 집 앞까지 와줬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네 명이 모였다.
한 명은 외국에 주재원으로 있다.
입사 후 그대로 13년째 이어지는 인연이다.
얼마나 귀한 인연인가.
서로 간의 옛날 얘기 요즘 얘기하면서
웃고 떠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셋 중에 둘은 음주 습관이 과하다.
소주를 무조건 한 번에 입에 털어 넣는다.
그렇게 인당 두병씩은 마셔댄다.
나도 그것을 따라가다가
큰일 날뻔한 적이 있다.
주당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렇게 마셔대고 취해버린다.
특히 그중에 한 명은 사건사고(?)도 많았다.
길가의 벤치에서 잔다.
어딘가의 복도에서 잔다.
길에서 잔다.
본인은 대부분 기억도 못 한다.
필름이 끊겨버리는 것이다.
이번에도 위험해 보였다.
집에 걸어간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밤길이고 걷는데 못해도 40~50분은 걸린다.
거의 한 시간은 잡아야 하는 코스다.
길바닥에 잠들기 딱 좋은 코스다.
결국 나도 술이 좀 깨야겠다는 생각에
그 친구 아파트 앞까지 함께 걸어갔다.
다음날.
그 친구는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을 못 한다.
1차, 2차, 3차까지 했는데
2차부터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심지어 3차는 내가 쐈는데..
물론 함께 걸어가며 대화한 것도 기억 못 한다.
조금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의 무의식 저편에는
아마도 나의 친절이 있을 것이다.
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그 친구는 주인공의 든든한 친구다.
술버릇마저 현실같이 작성해 두었다.
술을 떠나서 평소에도 참 묘한 친구다.
난 그 친구가 실존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3년의 회사생활 동안 그런 성향의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선택된 삶을 살지 않고 본인이 선택하는 것을 즐긴다.
얻을 것을 빨리 얻고 버릴 것을 빨리 버린다.
모든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어떤 것에 오랜 기간 휘둘리지 않는다.
속세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정신세계는 해탈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와 가까이 지내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 속 주인공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난 세월 동안 그의 옆에 있을 때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마음이 편했던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