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손원평 저) 북리뷰
왜 사람들은 눈앞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을까?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러면 엄마와 할멈을 빤히 바라보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그날의 사람들은?
그들은 눈앞에서 그 일을 목도했다. 멀리 있는 불행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는 거리였다. 당시 성가대원 중 한 사람이 했던 인터뷰가 뇌리에 떠다녔다. 남자의 기세가 너무 격렬해,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했다고.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네가 상처 입힌 사람들에게 사과해 진심으로.
네가 날개를 찢은 나비나 모르고 밟은 벌레들에게도.
"넌 착해. 그리고 평범해. 근데 특별해. 그게 내가 널 이해하는 방식이야."
생각이 사라진 머리에 맥이 뛰었다. 몸 전체가 북이 된 것처럼 울렸다.
그만해. 그만. 그렇게까지 안 해도 살아 있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