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매 Nov 04. 2023

반대하는 힘이 한 사람의 진짜 힘이야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정혜윤 저)' 북 리뷰


“어떤 사랑은 이 세상의 많은 일들을 반대하게 만들어. 반대하는 힘이 한 사람의 진짜 힘이야.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반대자가 될 거야.”


이보다 더 멋진 사랑 고백이 있을까.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의 무사가 자신의 연인에게 하는 말이다.


무사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특히, 세상에서 외면받는 것들을 사랑한다.

책임감을 위한 추도문, 양심을 위한 추도문, 추방당하는 야생동물들을 위한 추도문, 멧돼지를 위한 추도문, 자라지도 못하고 팔려 나가는 나무들을 위한 추도문을 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새 접시, 새 와인잔, 장미향의 샤워 젤과 바디로션, 타월을 사 온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연인에게 말한다.


“나는 지금이 위기 상황인 줄도 모르는 사람과는 더 이상 잘 수 없어!”


“세상에 이런 이유로 결별하는 사람은 없어!”


“왜 없어. 슬픈 사람을 모욕하는 사람과는 함께 잘 수 없는 것처럼, 기르던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과는 함께 잘 수 없는 것처럼, 길고양이 눈을 뽑아버리는 사람과는 함께 잠들 수 없는 것처럼, 빨대를 쓰는 사람과는 더 이상 함께 잘 수 없어.”


무사의 연인은 ‘고작 이런 이유’로 결별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무사에게는 ‘고작’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그에 반하는 물건들을 잔뜩 사 와서 행복을 강요한다면, 그게 ‘고작 이런 이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반대자가 될 거야’라는 멋진 사랑고백을 했지만, 자신의 신념에 반대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엔 그 신념이 결코 얕지 않다.


나를 생각해 보면, 무언가에 쉽게 반대하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속으로는 끊임없이 삐딱하게 반대하고 있을지라도, 누군가가 “넌 어때?”라고 물었을 때

대체로 “괜찮아”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다. 솔직하지 않은 걸 수도 있고.


하지만 무사의 말처럼 어떤 사랑은 세상의 많은 일들을 반대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것들을 위협하는 것에는 기꺼이 반대를 외칠 줄도 알아야 한다. 물론 그 사랑이 옳다는 확신은 기본적으로 필요할 테고.


그렇기에 나는 무사를 이해한다.

누군가에게는 무사의 연인처럼 ‘아 정말 피곤하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나도 두 특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신념이 있으면서도, 나와 다른 신념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게다가 그게 표면적으로 '빨대를 쓰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어'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을 위해 기꺼이 반대자가 되겠다는 고백을 하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고,

외면받는 작은 것들을 사랑하며 기꺼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무사를 응원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멋짐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지 않나.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을 원동력으로 - 김동률 콘서트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