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김동률 콘서트 Melody 리뷰
오랜 기간 좋아한 아티스트 김동률의 공연을 보고 왔다. 2018 답장, 2019 오래된 노래 이후 4년 만에 가는 그의 공연이었다.
늘 완벽한 음악과 공연을 보여준다. 사운드, 음향, 연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사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세월이 많이 흘렀기에 어쩌면 그의 컨디션이 예전 같진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공연이 시작하고 알게 되었다. 예전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성실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완벽주의자. 천재라는 수식어를 씀으로써 행여나 그의 노력이 가려지지는 않을지 우려될 정도.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로 ’The concert'보다 설레는 곡이 있을까. 가사에 맞춰 불이 꺼지고, 막이 오를 때 관객은 노래 속 “너”가 된다.
데뷔곡인 93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꿈속에서’.
이 곡을 부를 때는 조명을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이 흑백톤으로 맞추고, 검정 공간에 길게 뻗어나가는 흰색 조명으로 우주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담인데, 원래는 대학가요제를 ‘Show'로 나가려 했는데(Show의 원곡자가 김동률이었다니)
밴드 드러머가 다쳐서 급히 꿈속에서를 만들어 바꿔 나갔고, 그 곡으로 대상을 수상(천재는 천재).
Show를 냈다면 수상을 못했거나, 수상을 했더라도 제2의 Show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것이라며 그럼 지금 본인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새옹지마인 것 같다.
“수많은 세월 헤매이다가
험한 세상 끝에서 숨이 끊어질 때
그제야 나는 알게 될지 몰라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머물 곳은 너였음을”
예전에는 처절한 사랑의 세레나데 정도로 들리던 ‘이방인’의 가사.
피아노를 치며 온몸으로 노래를 하는 눈앞의 음악인을 보고 있자니 가사 속 ‘너’는 그의 영원한 꿈인 ’음악’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 막바지에도 끝까지 참 겸손했다. 대형 공연장의 공연을 전석 매진 시킨 그에게 주변에서 ‘주제파악 하고 공연 규모 더 늘리라’고 말한다면서,
”제겐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처럼 불안해하고 그 불안을 원동력 삼아 계속 채찍질하겠습니다.”
늘 불안함을 가지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이었다. 최정상의 위치에서 내려올 일만 남아있는 그의 불안은 평범한 삶을 사는 나의 불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지 모른다. 그를 움직이는 힘도 불안이었다. 어쩌면 나도 지금처럼 불안해하면서 나아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팬으로서 그가 지금보다 느슨하고 편안하고 행복해졌으면 하면서도,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음악을 해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공존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뮤직팜 (콘서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