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매 May 17. 2020

'깡'에 대한 비의 자세로 보는 대인배의 조건

요즘 가장 핫한 콘텐츠 중 하나는 가수 비가 2017년에 발매한 '깡'이라는 노래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노래에 대한 조롱 섞인 댓글이나 반응에서 시작되어, 뮤비와 춤을 따라 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이 노래는 뒤늦게 주목받아 역주행하고 있다.


2017년 발매 당시 이 노래는 허세와 자기 과시로 가득 찬 개연성 없는 가사(자기 자랑하다가 갑자기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춘다는) 그리고 10년 전에 갇혀 있는 듯한 콘셉트로 혹평을 받아 모든 음원 차트에서 Top 100 진입에 실패했었다.

오히려 지금은 유튜브 상에서 '1일 1깡(하루에 한 번 깡을 듣는다)', '비 깡 레전드 댓글 모음', '비 깡 입덕 영상'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관련된 수많은 콘텐츠를 탄생시키고 있다. 이쯤 되면 깡을 조롱하려는 것인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아니나 다를까 MBC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비를 찾아가 혼성그룹 결성에 대한 조언을 들으러 가서 '깡'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원래 목적도 깡 이야기하러 간 게 아닌가.. 할 정도의 엄청난 깡 분량)

이에 대한 인터넷 상의 반응은 '대인배다' '비는 역시 비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고,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도대체 깡이 뭔데? 하면서 찾아보고 있다. 나 역시 이를 보고 가수 비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상승하였고,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고 '대인배의 조건'을 생각하고 정리해보았다.


1. 쿨하게 인정하기

비를 찾아간 유재석이 "깡이 요즘 분들이 보기에는 조금 신기했나 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신기한 거보단 별로였던 거죠"라고 말한다. 가요계의 트렌드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며 예전의 트렌드에 맞춰서 하는 게 요새는 촌스러워 보였음을 인정한다.

이렇게 흐름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왜 그랬냐는 물음에는 "깡 이후에 알게 되었다"며 본인이 당시에 트렌드를 모르고 있었음을 인정한다. 트렌드에서 벗어났던 모습을 인정하고, 몰랐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대인배의 첫 번째 자세는 이렇게 인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2. 위트 있게 받아치기

비는 자칫 상처 받을 수 있을 법한 자신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 숨기려 하기보다는 위트 있게 받아친다. '1일 1깡이 아니라 1일 3깡 해야 된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유재석이 깡에 대한 조롱이 섞인 댓글을 읽자 '너무 재미있다, 더 놀아주시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흑역사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유머로 승화시키는 모습은 그가 불편할까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유재석을 편하게 해 주는가 하면, 조롱했던 사람들조차 그를 멋진 대인배로 보게 한다.


3. 피드백에 대한 열린 자세(feat. 프로페셔널)

10년 차 팬이 그를 걱정하며 20가지 금지 조항을 적은 상소문 '시무 20조'에 대한 자세에서도 대인배의 면모가 느껴진다. 팬들과 협상을 하자며, 할 수 있는 건 반영하겠다는 자세로 읽어본다. "이건 자제할게" 라며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이건 포기 못해" 하며 뚝심(?)을 지키려는 모습에서 진정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고집만 유지하고 피드백을 듣지 않으면 폐쇄적인 사람이  것이고, 남들의 평가에 흔들리며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사람은 정체성을 잃기가 쉽다. 비는 열린 자세로 피드백을 들으며 반영할 것은 반영하되, 자신만의 개성 또한 잃지 않으려는 프로의 모습이 느껴진다.

이 영상을 보고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그만큼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는 것. 자칫하면 상처가 될 수 있을 법한 문제에 대해 여유로운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모습은 '이래서 다르구나'를 느끼게 한다.

나는 과연 나의 결점이나 흑역사에 대해 저렇게 반응할  있을까를 떠올려 보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멋지게 느껴지고, 참으로 배우고 싶은 자세다.




이미지 출처

1. 비 깡 뮤직비디오 스틸컷

2. MBC 놀면 뭐하니 42회 캡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