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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May 05. 2020

팬심의 미학

세상의 모든 순수한 팬(덕후)들에게


작사가 김이나가 '고막 메이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폄하하기 쉽지만,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 중에 팬심이 가장 판타지 같은, 순수한 사랑의 형태 같다.
누군가의 행복한 모습이 곧 내 행복이 되는 건 엄청난 의미의 사랑이다.


나도 누군가에 대한 팬심을 가져본 경험이 있고, 팬들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 저 말이 크게 와 닿았다. 누군가를 조건 없이 응원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이 참 순수하다고 느꼈다. 

다양한 형태의 팬이 존재하는데 그중에는 연예인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일명 성덕(성공한 덕후, 팬)도 있다.


첫 번째는 배우 겸 방송인 박소현이다. 20년간 아이돌 능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여러 프로그램에서 진정한 아이돌 덕후 면모를 입증했다. 

본인 스케줄은 몰라도 엑소 스케줄은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찐팬(?)


평소 건망증이 있다는 그는 아이돌 얼굴의 점의 위치나 생일, 스케줄 등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돌에 관한 퀴즈를 풀 때 어떤 아이돌이 나올지 설레며,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면 환호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열정은 그가 일을 할 때에도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어 작용한다. 진행하는 라디오에 아이돌이 나오면 질문의 수준이 다르다. 정말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고, 이해도가 높은 상황에서 나오는 대화는 질이 다를 수밖에 없고, 당연히 게스트도 느낄 것이다.


레드벨벳이 컴백했을 때 박소현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는 마치 팬의 입장을 대변하듯이 아티스트의 앨범과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심도 있게 해 주었다. 갓 컴백한 레드벨벳의 타이틀곡뿐 아니라 수록곡의 킬링 포인트까지 집었고, 그 포인트를 부르는 멤버 또한 정확히 알고서 노래를 요청한다. 뿐만 아니라 바로 방송 전날 이야기한 멤버들의 취향이나, 이후의 스케줄까지 꿰고 있어 멤버들 또한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쯤 되면 팬 대표로 나와 라디오를 진행하는 상황이니 팬들도 즐겁게 들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박소현의 프로그램에 아이돌이 나올 때는, 관심 있는 분야가 곧 일인 "덕업 일치"의 표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람은 본인의 열정이 일의 원동력이 되고, 프로페셔널 그 자체이며 이에 따른 결과물 또한 훌륭하다.


박소현의 러브게임에 출연한 레드벨벳 (언제나 아름다운 레드벨벳과 제6의 멤버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은 박소현)



두 번째는 샤이니 키다.

일반적으로 팬의 입장에서 연예인과 성덕의 모습을 보면, 부러움의 대상은 성덕이다. 하지만 보아와 키의 대화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은 이야기를 직접 나눌 수 있는 성덕인 키도 부럽지만, 저런 팬을 가진 보아도 부러웠다는 것이다.

보아의 모든 앨범에 수록된 곡을 다 아는 것은 물론, 곡에 대한 이해와 본인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모습은 진정한 코어 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아의 "팬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에 "그 사람이 어떤 콘텐츠를 들고 나왔는데 그게 전작보다 덜할 때 실망이 있을 수 있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뭘 해도 좋으니까 그저 계속 활동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답한다. 보아의 아티스트로서의 아이코닉한 모습에 반해 보아의 팬이 되었다는 키는 보아가 남자였어도 좋아했을 거라며, 이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할머니가 되어도 자신을 좋아할 거냐는 보아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당연하지를 외치며, "내가 할아버지가 됐을 때 할머니가 된 보아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에르메스 백을 사주겠다."라고 한다. 

이 얼마나 로맨틱한 팬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인가. 이 장면에서 보아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은 듯 보이는데, 나는 이 장면을 보고 키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우상과 같은 존재에게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부러웠지만, 저런 진정한 팬이 있고 바로 옆에서 그러한 팬에게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보아가 부러운 순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팬심이 시간 아까운 감정 소모라고 폄하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을 주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삶의 원동력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위처럼 건전한 팬심을 가진 사람을 보며, 그 순수한 마음과 열정에 그 사람이 너무나 멋져 보인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순수한 팬심을 가진 팬들(일명 덕후들)이여, 

누군가는 당신을 손가락질할지도 모르고, 때로는 팬심으로 인해 스스로가 못나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는 당신은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참으로 멋있고 아름답다.

   



이미지 출처 

1. MBC '능력자들' 캡처

2. 박소현의 러브게임 인스타그램 공식계정, 키워드#보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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