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자 아저씨가 1년동안 취미그림을 그리며 생각한 것
개인적으로 미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한 재능 같은 것도 없이 꾸역꾸역 취미라고 그림을 하게 된 건 주변의 꾸준한 칭찬과 격려 때문이었다. 아내가 첫 학원비를 내버렸고, 화실 선생님은 (나는 분명 과장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해줬다. 그 결과 지금은 꽤나 열정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 게다가 그림 그리는 취미에 관한 글로 이렇게 책까지 내게 생겼으니 없는 열정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그러고 보면 열정 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다보면 무언가를 잘하게 되고, 그 이후에 열정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다.
그는 취미의 본질을 ‘사소한 일에 집중하며 경쟁에서 꽤 긴 시간 눈을 돌리게 하는 것’으로 봤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일에 더욱 열정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러셀은 취미를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음식이나 텔레비전, 게임 같은 수동적인 자극이 아니라, 권태로움을 견디고 더 나아가 이를 즐기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농부가 호박을 보며 ‘신은 왜 연약한 줄기에 이렇게 큰 호박을 달아두었는가?’했단다. 또 ‘두꺼운 상수리나무에 왜 보잘것없는 도토리를 주셨을까? 했단다. 그러다 낮잠이 들었는데 무언가 이마에 떨어져 갑자기 잠을 깼더니 도토리였다. ’호박이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싶었단다. 불평하는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게 불평거리라는 의미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샤워를 할 때,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 요가를 하기 위해 앉았을 때 불현 듯 이미지가 형상화돼 떠올랐다. 초기에는 무엇을 그릴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내면에서 느꼈던 하나의 감정을 꾸준히 기억해내는 것만으로 구상을 한다. 이런 루틴이 생기면 취미는 습관의 성격도 갖게 된다. 내 경우는 잘 그리는 것보다 잘 생각하는 것이 취미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 그리는 거 재미있어?” 직장 동료가 물었다.
마흔 중반이 되자 직장 생활에만 집중하는 게 뭔가 허전하고,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한테는 재미있지. 그런데 너는 네가 재미있어 할 만한 것을 찾아야지.”
길게 말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짧게 말을 끊었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단 말이야. 일도 삶도 권태로워. 즐겁게 바쁜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 찾을 수가 없네.”
이렇게 한숨을 쉬는 동료에게 “예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게 있어? 잘하는 거라든지”라고 물었다.
그는 “특별히 없어. 한번 뭐라도 배워볼까 싶어서...”라고 했다.
나는 “곧 생기겠지”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아마 그는 쉽사리 취미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취미에 대한 몇몇 오해 때문이다.
우선 내경험으로 볼 때 취미는 재미있는 것을 찾으면 잘하게 되는 게 아니라, 잘하면 재미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