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회의 : 교사는 매일 작전을 짠다.

수업, 수업, 수업.

by 마나

자유학교에는 학생이 달랑 7명이다. 수업을 효과적으로 하기엔 수가 너무 적어 교사 4명은 고민이 많았다. 여러 번 회의를 거쳐, 각자가 맡은 수업을 제외하고 교사도 학생과 함께 수업시간에 '학생'이 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10명이 되면 3그룹이 나와 모둠 수업도 효과가 있을 것이고 교과와 교과를 연계해서 수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한번 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고등학생'의 삶이 시작됐다. 고백하자면 지금 자유학교의 삶은 내 체질에 딱이다. 학창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배움의 기쁨을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느낀다. 왜 진작에 알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후회하는데 시간을 쓰기엔 현재의 삶이 아깝다. 함께 배우는 인연과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마음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나는 글을 쓰고 또 쓴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지금 학생들 눈에도 잘 보였으면 좋겠다.


수업 시간이 되면 나는 연필을 깎고 공책도 챙겨 교실에 들어간다. 먼저 온 학생에게 괜히 말 한마디를 붙이며 옆자리에 앉는다.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옆에 눈을 돌려 슬쩍 보기도 하고 보여주지 않으려는 학생과 장난도 친다. 같은 공부를 한다는 것은 같이 식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세상의 다양한 맛을 학생과 함께 공유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교실 안에 소소한 행복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나는 교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학생이 된 것 같다.


올해도 벌써 10월이 지나가는 중이다. 이젠 수업에 ‘학생’이 없으면 학생이 찾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당연한 것이 오래되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돌아가나 보다. 며칠 전 교사 회의에서 우자가 문제를 제기했다. 교사가 들어가 있는 모둠에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수업의 목적은 학생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인데 교사가 있으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 된다고 했다. 학생의 배움에 도움이 되어야 할 '학생'이 되려 방해가 되고 있었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맞았다.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하는 모둠에 익숙해질수록 모둠 안에서 교사들의 부담이 높아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모둠에 교사가 있으면서 학생들 스스로 하라고 바라만 보는 것도 이상했고 이미 함께 수업을 들은 지가 8개월이 넘어가는 마당에 교사가 수업에 아예 빠지는 것도 어색했다. 교사 모둠을 따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학생들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을 분리해서 모둠을 짜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나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바로 다음 수업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다음은 경제 수업이었다. 우자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의 모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학생들의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돌았다. 어려운 과제를 학생들끼리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듯했다. 그래도 변화를 주려는 취지는 알아듣는 것 같았다. 어색한 듯 수업이 시작됐다. 옆 모둠에 있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각자가 모둠에 약간의 책임감을 더 느끼는 듯한 소리였다.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학생들 없이 소리만 있는 모둠이 살짝 어색했지만 토론을 시작하고 나니 괜찮았다. 교실에 새로운 바람이 분 듯했다. 학생들을 좀 더 믿어주지 못했던 것에 미안해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변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 있을까. 불안한 마음에 서로 약속을 하며 손가락에 침도 발라 보지만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은 변한다. 오늘 시도한 모둠 형태도 언젠가는 바꿔야 할 헌 바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변화에 두려워만 하지 말고 잘 움직여보라고 조물주가 교사에게 작전 짤 머리를 주신 것 같다. 늘 최선의 임무 수행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움직인다고는 말할 수 있다. 교육은 마라톤과 같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 낫지 않을까. 오늘의 작전이 다소 부족했다 할지라도 변화할 교실을 향해 꾸준히 직면할 '학생'들의 모습을 꿈꾼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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