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 - 타일러 라쉬<두 번째 지구는 없다> 서문 중
8차시 환경 수업을 진행했다. 직업이 교사인지라 어쩔 수 없이 수업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사실 수업이 아니라 삶이었다. 일상을 되돌아보고 모르고 지나치고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4주 동안 내내 가지고 있던 질문은 '인간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였다. 과학자들은 곧 6번째 대멸종이 올 거라 했다. 인간은 공룡처럼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쳐 생긴 자연재해로 멸종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걸을 것이라 했다. 그 길을 안 걸으면 되지 않냐고 말하고 싶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적어 결국 살아남기 위한 수업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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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현실을 고쳐나가야 하는데 배우는 속도는 환경이 오염되는 속도에 비해 느리다. 해야 할 숙제가 우리 앞에 켜켜이 쌓여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환경 문제 전체를 생각하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대신 학교 안으로 시야를 좁혔다. 그리고 우리 일상의 시스템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것이 환경 전문가가 아닌 힘없는 교사 한 명이 환경 문제에 마음을 쓸 수 있는 한계이자 최대치였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고 싶었다. '나 혼자 이런다고 되겠어?'란 생각보다는 '나 혼자라도 이렇게나 할 수 있어.'로 바꾸는 것이 수업의 목표였다. 조금이라도 주변이 움직이길 바라는 마음을 수업에 담았다. 남이 바뀌길 바라지 말라고 법륜 스님이 말씀하셨는데 환경 수업을 하면서 나는 대놓고 남이 바뀌길 바랐다.
수업의 시작을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책으로 했다. 친환경 재생 용지에 콩기름으로 만든 잉크를 사용한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타일러의 생각을 보여주었다. 외국에서는 친환경 재생 용지가 저렴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더 비싸다. 외국은 재생 용지로 되어 있지 않은 책은 사지 않는 분위기지만 우리는 좋은 재질의 종이로 만든 책이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관점이 시장에 바로 적용된다. 예쁜 책보다는 개념 있는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우리 서점도 달라지지 않을까. 알기만 할 뿐 방법을 알지 못하는 나에게 손에 든 책은 따뜻한 온기를 주는 듯했다.
타일러는 환경 전문가가 아니다. 나는 더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책을 쓰고 수업을 한다. 완벽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것이다. 서문에 나와 있는 그의 고백이 나에게도 작은 용기를 주었다. 내 작은 수업이 학생들에게 조금의 용기를 줄 수 있을까. 학생들과 함께 책의 발췌본을 읽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상황과 말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생각보다 남에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에 다들 동의했다. 편리하게 살고 있는 삶을 불편하게 만들자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잔소리나 부탁으로 들리기 쉬웠다. 분리수거를 해달라, 텀블러를 사용해 달라, 휴지를 적게 써달라. 작은 부탁이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가실 수밖에 없었다.
수업을 핑계 삼아 성가실 수 있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했다. 나는 내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부담 갖지 않을 태도로 매끄럽게 말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 초보자인 내 조바심과 걱정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약간의 부담은 있었을 텐데 다행히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다들 동참하겠다고 해주어 고마웠다. 각자 우리는 '내 생애 가장 친환경적인 일주일'을 보내보기로 했다. 하루에 휴지 15칸 쓰기, 계단 이용하기, 휴대폰 1시간 이하로 사용하기, 냉장고 문 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기 등이 있었다. 나는 샤워 5분간 하기로 정했다. 일주일이 한 달이 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함께 학교 근처를 돌아다니며 줍깅(쓰레기 줍기+ 조깅)도 했다. 매주 등산을 갈 때마다 걷던 길이었는데 그때는 보이지 않던 쓰레기가 곳곳에 보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쓰레기는 그냥 주우면 되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틈새에 끼워져 있는 쓰레기는 줍기에도 애매해서 당황스러웠다. 특히 담배꽁초가 너무 많았다. 주위에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괜히 미워 보였다. 우리는 음악을 틀고 천천히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함께 하는 시간은 힘들지 않고 꽤 즐거웠다. 줍깅을 끝내고 학생들과 활동 소감을 나누었다. 평소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여름이와 보름이의 말을 들으며 줍깅을 한 보람을 느꼈다. 오늘 우리가 청소한 길은 내일 또 청소를 해야겠지만 적어도 두 학생이 더 이상 쓰레기를 보태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나무 칫솔 나눠주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학교 밖으로 나가기 전에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현재 남들에게 대나무 칫솔을 나눠 주며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을 할 자격이 되는가. 타일러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완벽하지 못한 것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 말에 작은 용기를 냈다. 우리는 학교 밖에 나가 가계에 들어갔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칫솔을 나눠주며 낯선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칫솔을 파는 것으로 오해하시고 얼마냐고 묻는 분들에게 무료로 나눠드리는 거라며 대나무 칫솔이 플라스틱 칫솔보다 잘 썩으니 사용해 보시고 작은 소비 습관으로 환경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말도 전했다.
거절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었다. 바쁘다는 말씀도 하셨고, 우리는 이미 다 살았으니 환경 운동은 젊은 사람들에게 말해보라고 하신 분도 계셨다. 당황하긴 했지만 학교로 돌아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거절의 의미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캠페인을 하며 생각지 못한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이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좀 더 생각해봤었어야 했는데 거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에 내가 할 철학 프로젝트에 거절을 키워드로 수업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크게 상처받지 않고 나름 건강하게 거절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환경 프로젝트 마지막 순서는 우리가 경험했던 것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환경 문제를 몸으로 느낀 학생들은 500자 원고지가 크게 두렵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시간을 30분밖에 주지 않았는데도 원고지가 꽉 찼다. 어떤 것에 할 말이 있다는 건 그것에 대한 경험이 있고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내는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음악과 같았다. 환경 초보자의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수업을 진행한 것은 나지만 실제로는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취지는 좋으니 다음에 다시 환경 수업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안정적이고 감정을 섞지 않은 편안함으로 진행해도 된다고 학생들이 나에게 말해주는 듯했다. 줍깅을 하며 들었던 음악 소리와 마지막 글을 쓸 때의 연필 소리가 내 마음에 저장되었다. 모자라도 괜찮다고, 편안하게 같이 해보자고 응원해 주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리였다.
환경 수업을 받으며 느낀 점, 배운 점, 실천할 점
* 용기를 좀 더 내봐야겠다. 피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 대나무 칫솔을 나눠 줄 자격이 될까란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긴장되지만 나만의 언어로 타인에게 뭔가를 제안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 예전에는 지키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 한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거절당하는 것은 조금 두렵다.
* 친환경 일주일 살기가 인상적이었다. 10분 샤워하기가 습관이 되어서 계속할 수 있을 듯하다. 작은 습관 들이기가 중요한 것 같다.
* 작심삼일이란 말을 이해하자. 우리는 모두 편리한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계속 환기하면서 지내자.
*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환경에 대해 생각을 하면 회의감, 답답함이 많이 들었었는데 수업 후에 생각이 조금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것 같아 좋다.
* 생각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알지 못해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환경 교육이 더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
* 몸으로 하는 수업은 몸으로 기억을 하게 된다. 우리는 캠페인을 할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태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게 어딘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