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금단 현상

스마트폰 중독 탈출 7일째

by 마나

나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다. 심심해도 할 것을 찾지 사람을 찾는 편은 아니다. 그런 내가 오늘은 좀 달랐다. 주말이라 친구를 만났었는데 잘 놀다가 헤어질 때쯤 집으로 돌아가려는 친구를 보며 문득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친구가 잘못한 것이 없었다. 만났으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평소에 내가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뒤돌아서며 가지 말라고 떼를 쓰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렀다. 생소한 내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스마트폰 금단 현상이었다. 데이터를 끊은 지 7일째다. 일상의 제일 큰 변화는 무음이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고요한 소리만 들린다. 밥을 먹을 때 늘 보던 영상이 없어 벽을 보고 먹는다. 자연스럽게 입안에 씹히는 음식물에 집중한다. 나쁘진 않지만 적응이 안 돼 낯설다. 오늘 친구와 함께 만들어 냈던 우리들의 소리가 좋았다.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이미 어느 정도의 소음과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너무 조용한 집이 부담스러워 친구를 붙잡고 싶었다.


오랜 습관 탓에 이미 먹통이 된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통화와 문자뿐이라는 걸 내 손은 아직 모르나 보다. 허공에 대고 선 긋는 꼴이다. 무의미한 행동을 멈출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조용한 집은 나를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현재 내 상태를 진단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없는 집이 불편해 무엇이라도 잡아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온라인이 삶의 다는 아니라는 것을 찾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낯설지만 곧 고요함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습관이 참 무섭다. 뒤돌아보니 내 의지만으로 내 삶이 만들어지진 않았음을 알겠다. 나는 고요함을 통해 무엇을 보고 싶은 걸까. 스마트폰을 산 것도 나이고 데이터를 끊은 것도 나이다. 작은 소비 하나가 내 삶을 이렇게도 바꿔놓았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물건으로 생각했다. 필수품으로 착각하며 주기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기기를 바꿔가며 내 바로 옆에 두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맞았을까. 그랬다면 스마트폰을 본 후에 덜 피곤했었어야 했다. 나는 반대였다.


새롭게 변하는 내 모습이 오늘처럼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사를 와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는 사람 쿨하게 보내주고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냈던 예전의 나와 반대로 오늘은 다소 지질하게 보일 듯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은 되었으나 좀 더 깊은 마음속에서는 통쾌하기도 했다. 숨어 있진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내가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혼자 잘 살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두려워서였다. 두려움을 혼자 노는 것으로 덮어 버리고 외로움을 스마트폰과 함께 달랬다. 고요한 집에서 나의 민낯이 하나씩 보인다.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며칠 전 철학 시간에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시대에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키워드 몇 개만 치면 예술가가 그린 듯한 그림이 나오는 시대다. 예술은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인공지능으로 만든 그림이 대회에서 일등을 했다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그 믿음을 흔들어버린 것이다. 무서웠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는 어떤 길을 만들어가야 할까. 거기에 덧붙여 나는 오히려 뒤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폰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일까. 모든 삶이 한 치 앞을 모르지만 요즘은 더 그런 듯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그럴 것이다.


흔들릴수록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조용한 집은 그래서 내게 낯설지만 의미가 있다. 변하는 속도에 내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떠밀려 가는 것보다는 멈춰 서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시끄러운 소리가 중독성이 있다 하더라도 24시간 그 소리를 들으며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피로감이 들었었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폰을 끊었다. 달랑 7일째라 여기저기 금단 현상이 생겨난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쁘진 않다. 일단 잠을 잘 자기 때문이다. 잘 자고 일어난 하루는 기본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벼움이다.


오늘 아침도 조용하다.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 전집을 읽고 있다. 학기 중에는 소설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보니 학교 때문이 아니라 스마트폰 때문에 여유가 없던 거였다. 소설을 읽는 마음이 가볍다. 나도 언젠가 박완서 작가님처럼 삶을 그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꾼다. 시대에 뒤떨어진다 하더라도 누구의 방해 없이 홀로 가볍게 꿈꿀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