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극 세종기지에 근무하시는 분의 브런치 글을 읽었다.(글 제목 : <이곳은 남극인가 강원도인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남극이 강원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춥다는 남극이 강원도와 비슷하다니. 남극의 이끼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말은 영구동토층이 녹는다는 뜻이었다. 빙하 밑에 숨어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뉴스에 나오는 코로나 확진자 수를 보며 꼬리를 물고 혼자 두려워했다.
요즘 너무 덥다. 그냥 더운 것이 아니라 밖에 조금만 서 있어도 몸에 있는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다. 어릴 적 여름도 분명 더웠지만 밖에 나가는 것이 부담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부담스럽다. 거리에 사람도 없고 놀이터에 아이들도 없다. 여름의 뜨거움이 두렵다. 한 해 한 해가 다른 것이 확실하다. 지구가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삼 년 전부터 환경수업을 진행했었다. 환경에 대해 많이 안다고 말 못 한다.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일상의 작은 습관들을 고쳐나가는 정도일 뿐이다. 첫 수업 때를 되짚어보면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교사가 수업을 시작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를 선택해도 되나. 어림도 없는 소리였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야 모두가 알게 되고 모두 힘을 합쳐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은 알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목소리라도 안 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쥐뿔도 모르는 환경수업을 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났다. 나는 여전히 작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계속한다. 너무 뜨거운 여름이 두려워서. 너무 뜨겁지 않은 세상에 내 어린 조카가 살았으면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힘을 합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서 수업을 한다. 때론 혼자 예민해지기도 하고 융통성 없이 보이기도 하지만 남들에게 미움받을 두려움보다 올여름의 뜨거움이 더 두려워 용기가 생긴다.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성가신 것이다. 4~5층 정도 되는 곳은 계단을 이용하고, 화장실에서 휴지를 한 칸씩만 덜 사용하며, 샤워 시간을 1분만 줄이면 된다. 남들에게 휴지 한 칸만 덜 써달라고 하면 찌질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말한다. 그것이 덜 두렵게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기후위기 문제를 위해 조천호 대기과학자는 여러 곳을 다니며 강의를 하신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냈다. 남극 세종기지에 근무하시는 분은 남극의 현실을 사진과 글로 소개한다. 나는 조천호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타일러 라쉬의 책을 읽으며 남극에 관련된 브런치 글을 찾았다. 그리고 이 글을 적는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기후위기에 두려움을 느껴야 내가 덜 뜨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통째로 바꿀 정도의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바꾼다. 소고기보다는 닭고기를 선택하고 불을 켰으면 불을 끈다. 내가 아는 정보를 옆 친구에게 말해주고 배운 것은 삶에 적용해본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면 어떨까.
겉으로는 천천히 가자고 속삭이고 속으로는 조금씩 변해갈 여유가 없다고 외친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어가면 그 뒤는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1.5도까지 도달할 시간이 7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지구는 이미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사실은 급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해보자고 말한다. 환경문제에 대해 강하게 말하면 그만큼 삶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감이 거부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해결책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다. 부담감을 줄이고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맞다.
이 글을 적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환경문제를 위해 내 삶을 모두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력하는 것도 사실은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다. 아직 해야할 것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이런 글을 적어서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 적는다. 덜 뜨겁게 살고 싶어, 두려움 마음으로 용기를 낸다. 올여름이 참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