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런 학교가 있겠어?

마나, 자유학교에 있다.

by 마나

자유학교에서 근무한 지 5년이 되어 간다.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삶의 철학을 세우는 곳. 현대판 서당이라 말해도 무방한 곳이 여기 학교다. 학교에는 학생 8명에 교사 4명이 전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리가 무척 크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공동체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 똑같은 위치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서로를 별칭으로 부르며 각자 의견을 낸다. 나는 마나이다. ‘고마 나다!’라는 부산 사투리의 외침을 줄여 나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별칭에 담았다.


교사와 학생은 모든 수업을 다 같이 듣는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교육까지 받았지만 나는 다시 ‘고등학생’이 되었다. 과학 시간에 한 학생이 옆에 앉은 나에게 모르는 것을 물었다. 영어 교사인 나는 그 학생과 똑같은 표정으로 내 옆 학생에게 물었다. 나를 통해 학생들은 교사도 똑같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더 이상 내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료를 찾았다. 나도 머쓱해서 머리 한 번 긁적이다 수업을 듣기 사작했다. 학창 시절 침까지 흘리며 수업 시간 자던 내가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매일 배웠다. 그렇게 지난 5년간 내 역할은 약간 교사, 대부분 학생이었다.


수업이 끝나기 전은 항상 오늘 수업이 어땠는지를 이야기한다.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사람 수만큼 답이 다르다. 학생들의 의견이 다음 수업 진행에 자연스럽게 반영이 된다. 오늘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따지고 보면 배운 것이 하나도 없었던 날은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배우고 산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는 '고등학생'으로 살면서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배움을 주고받았다. 생활해 보면 솔직히 교사도 학생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본보기가 되려는 교사의 마음이 허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번 창피할 때도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곧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거기서부터 배움이 시작된 것 같다. 지금 나의 꿈은 평생 학생으로 사는 것이다. 내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수업에서 철저하게 '고등학생'이고 싶은 욕심이 크다.


학교 밖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대안교육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학교 부적응자들이 다니는 곳, 공부하지 않고 놀아도 되는 곳. 처음 자유학교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웃 주민들도 반대 시위를 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범적인 학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땐 아직 개교도 안 한 학교였다. 아니라고 아무리 손을 저어도 진실이 전해지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은 없다.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편견들을 곳곳에서 듣고 느낀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면 5년으론 부족한가 보다.

그래도 학교 안 사람들은 학교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옛날 서당 느낌을 가진 학교. 사람을 교육하는 학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 속에 나도 있다. 나는 자유학교를 사랑한다. 내가 교사 일지가 아니라 굳이 '고등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적고 싶은 이유는 우리 학교에서 나는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며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으로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성장한다. 그 삶이 참 좋다. 자유학교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서 이뤄지는 교육이 많은 곳에 알려지면 좋겠다. 사람 냄새 많이 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싶은 욕심을 책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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