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좀 찾아주세요

예전 이야기

by 고마리


매미가 심하게 울던 1980년 8월 어느 날 5살이던 나는 길을 잃었고

그런 나를 찾는 엄마 시각의 이야기이다.


오늘따라 쌍둥이 녀석들이 더 극성이다. 활동적인 4살 사내아이들이 놀기에는 8월의 무더위도 한몫을 하지만 아무리 봐도 반지하 단칸방은 너무 좁고 답답하기는 하다. 다행히 주인집도 시골로 피서하러 가서 신경 쓸 사람도 없어서 마당에 녀석들을 풀어놓았다. 대문 밖에 녀석들을 풀어놓으면 사방팔방 뛰어다니느라 내가 감당 안될 상황이라 이게 최선이었다. 그나마 마당에 있으면 부엌에서 찬거리를 만들면서 녀석들을 감시할 수 있어 안심되었다. 마당 한쪽에서 여름이라 매일 쏟아져 나와 아침나절 힘들게 했던 이제는 바짝 마른빨래들을 개며 부엌을 왔다가 갔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태어나면서 뱃고래가 유독 큰 쌍둥이 녀석들과는 다르게 먹는 건 시원찮지 않지만 그래도 숟가락 하나 더 보내는 큰 놈까지 아들 셋을 키우려니 온종일 음식 해대는 것도 힘에 부친다. 매일매일 비슷한 찬거리들이지만 저녁이 항상 고민이라 빨래 정리에 저녁을 준비하는 이 시간은 항상 정신이 없다. 두부를 된장찌개에 넣으며 쌍둥이 녀석들을 바라봤다. 골목에 있는 담뱃가게에서 파는 두부는 항상 식어 있고 아침에 지나가는 두부 장수가 파는 두부보다 맛이 없었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사야 했다. 점심 나절 잠시 빨래를 널고 있을 때 쌍둥이 두 녀석이 그 사이에 대문을 열고 밖을 나갔었다. 두 녀석은 골목 입구에 있는 담뱃가게로 가서 콩나물시루에 콩나물들을 잡아 빼서 두부에 심고 있었다. 인심 좋은 동네 터줏대감 담뱃가게 아저씨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아주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부채질만 하고 있었다. 이 골목에서 제일 어른들인 두 분은 항상 아이들 장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지만, 오늘은 이 녀석들이 좀 심하게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굳이 괜찮다고 하시는 걸 너무 미안해서 두부와 콩나물을 좀 많이 샀다. 다행히 두부 한 판에 다 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서 반 판만 샀다. 하긴 큰 놈이 두부를 잘 먹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극성인 쌍둥이 녀석들 때문에, 예정에 없던 두부 파티를 하느라 오늘 저녁 준비는 유달리 더 정신이 없었다. 오늘 못 먹으면 상해버릴 두부라서 잔뜩 부쳐놓고 남은 건 찌개에 넣었다. 찌개는 이제 끓기만 하면 되어서 마당에 개다 말은 빨래를 가지러 갔다. 8월의 해는 쨍해서 빨래도 잘 말라 있었다.


매미

빨래 뭉치를 들고 방에 들어오기 전에 마당을 슬쩍 보았는데 어딘가 이상했다. 쌍둥이 두 녀석이 싸우지도 않고 얌전히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는데 큰 놈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바로 위험한 장독대를 살폈다. 대문 옆에 계단으로 올라가는 장독대는 난간도 없어 떨어지면 다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자주 주의를 주었지만,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 게 아니라서 저 장독대는 이 집에서 가장 위험한 구역이다. 허둥대며 장독대로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떨어졌을까 불안한 마음에 대문 밖을 봤지만 큰 놈은 보이질 않았다. 쌍둥이 녀석들에게 형이 어딜 갔는지 물었다. 형은 매미를 잡으러 갔다고 둘이 동시에 이야기했다. 그때 보니 대문이 열려 있었다. 살기 좋은 동네라고 대문이 고장 나도 주인집이 고쳐놓지 않았는데 점심 나절에 이어서 또 사달이 난 것이다. 쌍둥이 녀석들이 잘 놀고 있길래 대문이 열렸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문이 열려있고 큰 놈이 보이질 않았다. 생각해 보니 한참 부엌에서 두부를 부치고 있을 때 골목 밖 사내아이들의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것 같았다.

“야, 매미 잡자!”

“토성으로 가자!”

“거기 큰 매미 많대!”

우리 집에서 토성을 가려면 담뱃가게를 지나야 한다. 나는 바로 담뱃가게로 가서 아주머니께 우리 큰 놈을 본 적 없는지 물어봤다. 아주머니는 한 시간쯤 전에 동네 아이들과 함께 토성으로 매미 잡으러 갔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토성은 아이 걸음으로 걸어서 십 분 정도 거리인데 아이들이 자주 놀러 가는 곳이지만 큰 놈이 가본 적은 없다.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으니, 아주머니가 안심을 시켜 주셨다. 토성은 시장 지나 요 앞이고 아이들은 자주 놀러 가는 곳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좀 이따 밥때 되면 다들 알아서 온다고 안심을 시켜 주셨다. 그래도 혼자 그렇게 놀려 보낸 적이 없어서 안심되지 않았지만 극성스러운 두 놈들이나 챙기라는 아주머니 이야기에 정신이 또 번쩍 들어 집으로 급하게 다시 돌아왔다. 다행히 쌍둥이 두 녀석은 마당에서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하긴 쌍둥이들이랑 다르게 순하디 순한 큰 놈은 아이들 여럿이서 갔으니 잘 따라다니다 올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위험한 행동도 하지 않고 주변에서 하지 말라는 행동도 하지 않으니 별일 없을 거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게다가 토성은 내 걸음으로 오 분이면 갈 거리라서 언제든지 데리고 올 수도 있으니 담뱃가게 아주머니가 이야기해 주신 대로 곧 저녁때가 되기 전에 동네 아이들이랑 함께 올 거라고 기대했다.

큰 놈이 어떤 놈인가. 너무 순해서 큰 놈만은 정말 편하게 키운 것 같다. 극성스러운 두 놈들이 연연으로 나와버려 정신없을 때 큰 놈마저 순하지 않았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두 녀석이 아직 갓난아이들일 때 시장에 가야 하는데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셋을 데리고 다녀올 자신이 없었다. 그때는 아직 동네 어른들도 어색할 때였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순한 큰 놈만 집에 남겨두고 쌍둥이를 앞뒤로 업고 시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다 쓴 식용유통을 반으로 잘라 끈을 달은 통에 포도 몇 알을 넣어 큰 놈 목에 걸어 주었다. 포도를 좋아하는 큰 놈은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통 안에 포도를 먹고 있었다. 포도 몇 알을 더 넣어주고 나는 빠르게 시장에 다녀왔다. 살 것만 빨리 사고 집에 오니 큰 놈은 아까 그 자세 그대로 포도를 먹고 있었다. 별다른 사고도 치지 않고 항상 웃기만 하는 순하디 순한 큰 놈. 그렇게 순해서 좀 걱정이 덜었다. 빨래 뭉치를 정리하고 있으니 대문 밖 골목에서 사내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미를 많이 잡았는지 다들 즐겁고 들떠있는 목소리들이었다.


실종

그런데… 이상했다.

대문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 중에, 큰 놈 목소리가 없었다.

다급하게 대문을 열었다.

“얘들아!”

아이들이 돌아보았다.

나는 물었다.

“고마리도 갈이 매미 잡으러 가지 않았니?”

“네, 같이 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디 있니?”

“몰라요. 토성에서 매미 잡다가 없어졌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바로 담뱃가게로 달려갔다.

“아주머니 매미 잡으러 간 애들이 돌아왔는데 우리 애만 안 왔어요!”

담뱃가게 아주머니는 쌍둥이들은 걱정하지 말고 얼른 찾아보라고 했고 나는 뛰기 시작했다.

우리 골목에서 토성까지는 시장 입구를 지나야 한다.

“시장 입구에 무엇이 있었지? 위험한 게 뭐였지?” 혼잣말하면서 뛰어갔고 시장 입구에 아이들이 항상 구경하는 통닭집이 생각이 났다. 통닭집 앞 가마솥은 아이들이 항상 구경하느라 몰려 있는 곳인데 가마솥의 기름이 튈까 봐 항상 지나가면서도 걱정이 되던 곳이라 나는 제일 먼저 그곳으로 갔고 근처에 가니 먼발치에서도 통닭을 구경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부리나케 달려가서 봤지만, 거기에 큰 놈은 없었다. 시장 입구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애들을 봤다는 이야기만 하지 큰 놈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긴 애들이 한두 명이 지나다닌 곳이 아니니 별 특징 없게 생긴 큰 놈을 알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토성으로 가니 아직 잠자리채를 휘두르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도 큰 놈은 없었다. 아이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모두 다 모른다고만 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토성 위로 올라갔다가 반대편으로 떨어졌을지 몰라 토성을 올라갔지만, 반대편에 아이는 안보였다.


밀려오는 두려움

“토성에서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서 길을 잃은 걸까?”

아이 눈에 시장은 신기한 게 많은 곳이니 항상 엄마 따라다니는 곳이 아닌 다른 가게에서 신기한 물건들에 정신이 팔렸을지 모른다.

시장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큰 놈을 본 사람은 없었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신없이 물어보고 돌아다니다가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장에 사람들은 줄어 있었고 막무가내로 물어보고 다니는 내가 딱했는지 한 아저씨가 파출소로 가보라고 했다.

나도 파출소를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무서웠다.

“유괴”라는 정말 인정하기 싫은 단어가 저 멀리 있다가 훅 다가왔다.

“터미널에서 본 신문 팔고 구걸하는 아이들이 다 유괴당한 애들이라던데”

“앵벌이뿐만 아니라 애들 잡아다가 공장에서 노동만 시키다가 크면 섬에 염전에 판다고 하던데”

인정하기 싫었던 무서운 생각들이 흐린 그믐날 어둠처럼 내 머릿속을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채워 버렸다.

나는 반쯤 실성한 채로, 파출소로 달려갔다. 아이를 어쩌다가 잃어버렸냐고 채근하는 경찰을 붙잡고 나는 빨리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5살밖에 안 된 순한 우리 큰 놈이 동네 형들이랑 매미 잡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이제 곧 어두워지는데 빨리 찾아야 한다고.

경찰들은 찾아볼 테니까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어떻게 집에 가서 기다리냐고 같이 찾아보려 했는데 다른 애들을 어떡하냐고 계속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만 하였다.


내가 좀 더 지켜보고 있었더라면…

쌍둥이들이 담뱃가게 두부를 장난쳐서 두부를 많이 사지 않았더라면…

주인집이 대문을 고쳤더라면…

담뱃가게 아주머니 말을 듣고 안심하지 않고 바로 그때 토성으로 달려갔더라면…

파출소에 가지 않고 시장 골목을 좀 더 찾아봤더라면…

아이들이 매미 잡으러 가는 소리를 들었을 때 좀 더 주의 깊게 볼걸…


두려움에 떨리는 손발을 끌다시피 해서 담배가게로 갔다.

평소 같으면 쌍둥이 두 녀석이 담뱃가게에서 사고 치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겠지만 지금은 큰 놈을 잃어버렸다는 공포심만 내 머릿속에 있었다.

담뱃가게가 있는 골목 입구로 돌아 들어가자마자 담뱃가게 아주머니가 내 어깨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쌍둥이 엄마!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역시나 이 두 녀석들이 사고를 또 친 건가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들이 또 사고를 쳤나요? 그런데 어떡해요 아주머니 토성이랑 시장을 다 뒤졌는데 큰 놈이 보이 지를 않아요.”

나는 보이는 게 없었다. 그때 쌍둥이 두 놈이 배고프다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었다고 하는데 잃어버린 큰 놈에 정신이 팔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쌍둥이 엄마 큰 놈 저기 있어”

“네?”

골목 앞 우리 집 앞에 이틀에 한번 오시는 야채 아저씨가 있었고 거의 다 팔아 푸성귀만 몇 조각 있는 야채 리어카 위에 큰 놈이 누워 있었다.


또 다른 공포

나는 정신없이 달려가서 큰 놈을 안았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다행이었다. 유괴도 앵벌이도 아니고 어디 다친대도 없이 팔다리도 다 성히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이 입가는 보랏빛이고 눈을 감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이를 흔들어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흔들고 뺨을 때려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 우리 애 외이래요?”

또 다른 공포가 몰려왔다. 아까 공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더 잔인한 공포가 밀려왔다.

한낮에도 동생들이랑 웃으면서 같이 놀던 큰 놈이 그 순한 녀석이 몇 시간 만에 축 늘어진 채 푸르뎅뎅한 입술을 하고 축 늘어진 채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우리 왜가 왜 안 일어나요?”

야채 아저씨는 웃고 있었다. 그 옆에 담뱃가게 아주머니도 웃고 있었다.

“왜들 그러세요. 무섭게.”

야채 아저씨는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쌍둥이 엄마 그 녀석한테서 무슨 냄새 안 나?”

“냄새요?”

나는 아직 숨을 쉬고 있는 큰 놈 얼굴에 두려움을 참으며 내 얼굴을 가져갔다.

날숨에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가 났다.

“이게 무슨 냄새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냄새였다.

“아저씨 이제 무슨 냄새예요?”

아저씨는 다시 한번 크게 웃으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야채를 다 팔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글쎄, 요 옆 골목에 파란 집 대문 옆에 웬 아이 한 명이 쓰러져 있더라고. 웬 애인가 하고 보니 글쎄 이 집 큰 녀석이더라고. 자는 것 같길래 깨워보는데 안 일어나는 거야. 입가도 푸르뎅뎅하고… 나도 처음에는 기겁했지. 뭔가 잘못된 건가 하고. 대문 옆 쓰레기통에서 쥐약 같은 거라고 주워 먹은 건가 하고”

나는 그 순간 또 괴로웠다.

‘큰 놈이 쥐약을 먹었으면 어쩌지?’

“그런데 옆에 보니 큰 과일주 병에 포도 알갱이들이 있더라고. 그 집에서 포도주를 담그고 찌꺼기를 버리려고 내놨는데 글쎄, 이 녀석이 그 포도를 먹었나 봐”

“아!”

그때야 난 그 냄새가 기억났다. 남편이 술에 취해 잘 때 날숨에 내뿜던 그 냄새였다.

“이 녀석 포도를 얼마나 먹었는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네. 나중에 커서 술 좀 하게 생겼어! 이놈 하하하”

큰 놈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눈을 떴고 눈 뜨자마자 두부부침을 주워 먹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도 큰 놈은 여전히 포도를 잘 먹는다.


당연히 난 그날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술에 취한 게 아니라 너무 어릴 적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엄마가 해주신 그날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난 그날 동네 형들과 매미를 잡으러 갔다가 매미에 정신이 팔린 동네 형들을 난 쫓아가지 못하였고 바로 옆 골목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그러다 그 당시 내 영혼의 음식이었던 포도를 만난 나는 포도를 주어 먹었고 포도주 찌꺼기에 취해 잠이 들었었다. 다행히 나를 아는 야채 아저씨가 나를 습득해서 집에 잘 전달해 주셔서 앵벌이가 아닌 우리 집에서 잘 자랄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나를 구해주신 야채 아저씨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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