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자신을사랑하기

에필로그: 여전히 길 잃은 별들과 함께 걷는 당신에게


내 영혼의 가장 아픈 구석을 꺼내어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때로는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었고 때로는 곪았던 상처가 비로소 터져 나오는 정화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기록은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기이자, 병마에 가려진 아내를 향한 뒤늦은 참회록이며, 동시에 여전히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을 향한 긴 연서(戀書)입니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아내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없으면 무너질 것 같은 아내를 위해 내 삶을 희생하고 있다고, 그래서 나는 충분히 숭고하고 가련한 피해자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를 마칠 때쯤 나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실은 아내가 그 지독한 공포와 환청의 파도 속에서도, 우리 가족이라는 닻을 놓지 않기 위해 나보다 수천 배는 더 처절하게 싸우며 우리 곁에 머물러주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가장 아프게 후벼팠던 것은 아이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빠, 나 엄마가 싫어. 무서워."라고 울먹이며 제 뒤로 숨는 아이를 품에 안을 때마다, 제 심장은 두 갈래로 찢겨 나갔습니다. 엄마의 병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날 선 망상들을 막아내며, 저는 자녀와 배우자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때때로 우리 집의 아기별들과 은하수가 '갈등'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잠시 친정으로 보냅니다. 가지 않으려는 아내를 겨우 달래 차에 태우고 달리는 그 길, 내 심장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내는 차창 밖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보며 천진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자꾸만 앞이 흐릿해집니다.

거대한 블랙홀에 갇혀 길을 잃은 채, 그 안에서 홀로 헤매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묻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우주를 버텨낼 수 있을까. 저 짙은 어둠 속에서 아내를 다시 꺼내올 수 있을까. 끝을 알 수 없는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집어삼키려 합니다.


'왜 하필 우리일까'라는 원망이 '차라리 모든 것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절망으로 변하던 그 새벽들. 하지만 제 왼손에는 겁에 질린 아이의 작은 손이, 오른손에는 현실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바르르 떨고 있는 아내의 손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 어느 쪽 손도 차마 먼저 놓을 수 없었기에, 저는 그저 비명을 삼키며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 줄타기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저는 매일 아침 다시 그 위험한 선 위에 발을 올립니다.


정신질환이라는 파도는 예고 없이 찾아와 단단했던 가족이라는 배를 순식간에 난파시킵니다. 그 배에 탄 이들은 누구의 잘못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원망하고 자책하며, 끝내 서로의 손을 놓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저 지독하게 추운 계절이 우리 삶에 조금 길게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오늘도 다정한 남편의 가면을 고쳐 쓰고, 아내의 엉뚱한 질문에 답하며, 아이의 웃음소리를 지키기 위해 집안의 온도를 조절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우리의 은하수에는 여전히 길 잃은 별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의 인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우주는 결코 영원한 어둠에 잠기지 않을 것임을 이제는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며 홀로 방 안에서 떨고 있을 '길 잃은 별'들과, 그 별을 지키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세상의 모든 '은하수 지기'들에게 나의 이 보잘것없는 기록이 작은 손난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비록 제 궤도를 찾지 못해 휘청거리고, 때로는 주저앉아 눈물 흘릴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눈부십니다.


그동안 '우리 집엔 길 잃은 별이 산다'와 함께해주신 모든 독자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의 오늘이 부디 어제보다 조금 더 무사하기를, 당신의 밤이 조금 더 평온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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