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한동안은
기억이 늘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처음보다 끝이,
낮보다 저녁이
먼저 왔다.
그래서 굳이 펼치지 않았다.
접어두면
모서리가 덜 날카로울 줄 알았다.
시간은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다.
다만 먼저 떠오르는 장면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마지막보다 시작이,
소리보다 온기가
조금 먼저 온다.
가까이 있지만 닿지 않는 것,
남아 있지만 흔들지 않는 것.
완전히 무뎌진 건 아니다.
다만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시간을 그대로 둘 수 있다.
그대로 두는 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이제는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