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세상에서 만난 영원 - 국립박물관 투어 2편

팬데믹의 시대에 불멸을 묻다 -> 국립청주박물관

by 곰돌아부지


전국 국립박물관 투어의 첫 목적지로 국립청주박물관을 꼽은 데에는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전의 영향이 가장 컸다.

역시 가장 만만한 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여기서 여정의 마수걸이도 하고 여행의 전반적인 구성을 다시 한번 채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틈을 타 가장 궁금했던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시를 보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찾아 꼭대기층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시는 보관 환경이나 소재의 특성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손상된 작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복원되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는데

작품 분석부터 보존 처리를 거쳐 다시 관람객 앞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배치한 구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시 마지막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잠시 쉼표를 찍은

백남준의 <다다익선> 보존에 대해 관객의 의견을 묻는 지점은 백미였고

앞서 살펴본 보존과학의 의미를 실제 사례에 대입해 반추해 볼 수 있어

전시의 여운이 더욱 오랫동안 남았다.



특별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와 개방형 수장고를 둘러보고

미술관 소장품이 보관된 특별 수장고까지 관람하며 가볍게 몸풀기를 마쳤다.

이제 막 발을 떼려는데 시계를 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 청주에 온 목적이 여기가 아니었는데......

다음 장소로 서둘러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향했다.



전국 국립박물관 투어의 첫 목적지로 국립청주박물관을 꼽은 데에는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전의 영향이 가장 컸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전시를 코로나19 탓에 안타깝게 놓쳤던 터였다.

그러던 중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진다는 소식을 접했고

역병으로 기약 없던 '다음'을 마침내 이곳에서 기회로 바꾸며 그토록 바라던 전시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핀란드의 실용적인 생활 소품들과 우리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들이 한데 어우러진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전시장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사물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 속에 녹아들고 진화해 왔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용산에서 놓친 전시를 청주에서 만난 것이 더욱 반가웠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전시를 안락하게 즐긴 점에서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섹션에서 만난 오로라는 당장이라도 북유럽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위험한 유혹'이었으나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잔상은 한동안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특별전을 관람한 후 이어진 상설 전시에서는 백제인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동안 청주에 올 때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부터

청주시립미술관, 청주공예비엔날레 같은 현대적인 코스에만 집중하곤 했는데

왜 이제야 국립청주박물관을 찾았을까 하는 아쉬움 섞인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박물관의 전시를 빠짐없이 보고 나오니, 그제야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아! 점심도 거르고 여태 구경했구나!!!'

서둘러 근처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다음 여정인 백제의 계획도시로 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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