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세상에서 만난 영원
- 국립박물관 투어 4편

다음 행선지로 가기 전에 잠깐 샛길로 빠지기..... 1/2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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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기억을 되짚어보니 때는 2020년 추석 연휴였다.

오디오 가이드 앱 '큐피커'에 소개된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섭렵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던 터라 국립공주박물관을 거쳐 진주로 향하기 전 잠시 목포로 길을 틀었다.


공주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두 시간 반을 달려 목포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부터 강행군을 이어가니 뱃시계는 정직하게 울려댔다.

원래 계획은 간단하게 '맥모닝'을 즐기는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매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당황함도 잠시 우연히 길가에 문을 연 해장국집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했는데 주인분께서 쿨하게 건네주신

서비스 음료 한 병 덕분에 목포에서의 시작이 더없이 든든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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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부지런함이 병이었을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첫 목적지에 도착했건만 박물관은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급할 것 없다는 마음으로 여차저차 주변 산책을 하며 개관 시간을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고요한 아침의 박물관 풍경을 미리 눈에 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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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를 찾은 결정적인 이유는 한 곳에서 무려 세 개의 전시를 즐길 수 있다는 엄청난 메리트 때문이었다.

단돈 3천 원으로 세 곳의 박물관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데

심지어 각 박물관마다 전시 구성이 어찌나 알차고 꽉 짜여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수도권에서 이 정도 수준의 전시들을 보려 했다면 아마 관람료로만 3만 원은 족히 들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압도적 가성비'를 자랑하는 문화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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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박물관이라기에 흔히 생각하는 공룡이나 귀여운 동물 표본 정도를 예상했건만

눈앞에 펼쳐진 고생대 생물과 곤충, 어패류의 향연에 그만 '동공 지진'이 일어나고 말았다.


고등학생 시절, 내가 왜 생물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그 타당한 이유를 12년이 지난 지금 목포에서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했다.

과거의 나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생물보다 도자기와 더 친해질 운명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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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비주얼에 살짝 겁을 집어먹고는 서둘러 뒷걸음질 치듯 옆 건물인 도자기 박물관으로 도피했다.

평온하고 정적인 도자기들을 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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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두 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보성......


여행을 계획하던 중에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을 보고 티베트 불교에 깊은 호기심이 생기던 차였다.

그러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고 망설임 없이 관람을 결정했다.


하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한참 동안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들어가야 했는데

지금 타고 있는 픽업트럭이 아니라 좀 더 콤팩트한 차로 왔더라면

이 굽이진 길을 드라이빙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겠다는 생각부터 머릿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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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고갯길을 통과하자 마치 티베트로 순간 이동을 한 듯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굳이 공항을 찾지 않아도 낯선 세계의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전시장 안의 유물들은 세심한 설명을 곁들여 읽을 때 비로소 그 참된 가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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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하 1층에서 마주한 티베트의 전통 장례 문화인 ‘조장(鳥葬)’에 관한 전시는 꽤나 강렬했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겨 있었는데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피어난 그들만의 독특한 풍속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성 하면 늘 벌교 꼬막이나 초록빛 녹차 밭만 떠올리곤 했는데

이번 여정을 통해 보성을 기억하는 새로운 페이지가 하나 더 추가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