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세상에서 만난 영원
- 국립박물관 투어 6편

칼의 노래와 철의 미학 -> 국립진주박물관 & 국립김해박물관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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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영화관에 홀려 삼천포로 빠진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이곳에서의 하룻밤이 추가되었다.

하루를 진탕 샛길에서 보냈으니 이제는 정말 ‘진짜 목적지’인

진주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여행의 맨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랑의 즐거움은 충분히 만끽했으니 이제 본연의 계획이었던 국립진주박물관으로 갈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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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국립진주박물관을 향해 진주성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런데 그날의 날씨는 정말이지 '미쳤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찬란했다.


고즈넉한 성곽 위로 펼쳐진 새파란 하늘은 여기가 경남 진주인지

아니면 지중해의 산토리니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였는데

한국의 고전미와 이국적인 색감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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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예약을 마친 덕분에 대기 없이 곧장 관람을 시작했다.

도입부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Screen X' 기법을 활용한 압도적인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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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을 단순히 한 국가의 비극으로만 조명하지 않고

조선과 명나라, 그리고 도요토미 정권의 입장을 다각도로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쟁이 세 국가에 미친 영향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는 것을 보며

임진왜란을 특화한 이 박물관만의 전문성과 깊이 있는 기획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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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국립박물관이라고 하면 해당 지역의 출토 유물을 중심으로 연대기적 구성을 취하곤 한다.

이 때문에 관람객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나 비슷한 흐름의 지루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하지만 국립진주박물관은 달랐다.

임진왜란이라는 특정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조선의 전쟁사와

국방 시스템을 집요하게 파고든 '선택과 집중'이 돋보였다.

왜 굳이 진주까지 내려와 이 박물관을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증명되는 순간이었고

관람의 가치는 기대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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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떠나 닿은 다음 목적지는 국립김해박물관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벼슬을 꼿꼿이 세운 오리들이 왁자지껄하게 나를 환영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철의 왕국 가야의 기품과 독특한 미감이 살아있는 이곳에서

이번 대장정의 또 다른 조각을 기분 좋게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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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을 거니는 내내 가야라는 국가에 대한 이곳의 자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철'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응용력을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나 같은 전공자부터 동생 같은 입문자까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세심한 눈높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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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필살기'는 전시가 끝나는 지점에 있었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자판기에서 음료 하나를 뽑아 테라스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여유롭게 숨을 돌리며 방금 본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관람객의 심리를 꿰뚫은 듯한 이 전략적이고 영민한 동선이야말로 김해박물관의 백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