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여기서 다음을 기약해 봅시다!!!
삼천포에서 진주, 다시 김해까지. 하루 만에 이어진 강행군에 결국 피로가 몰려왔다.
혼자 운전대를 책임져야 했던 탓인지 체력이 금세 바닥난 모양이다.
오늘 남은 시간은 김해에 머물며 쉬어가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원래는 김해 출장 때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찬찬히 둘러본 뒤
울산 간절곶과 현대예술관의 '앤서니 브라운'전
그리고 대구 MBC 엠가에서 열리는 '매그넘 인 파리' 전시까지 관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을 검색해 본 순간 그 자리에서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아예 김해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마음먹고는 지난 출장 때 들렀던 단골 맛집에서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길을 나섰다.
도자 작품을 특화해 전시하는 이곳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었다.
돔하우스에서 큐빅하우스로 올라가는 길목에
코끝을 간지럽히는 꽃밭의 향기로운 바람과 길고양이들의 초절정 귀여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곳에 올 이유는 충분했는데 두 건물의 전시 내용마저 알차고 방대했다.
덕분에 전시를 관람하다가 체력이 먼저 바닥나버리는 '웃픈' 단점 아닌 단점까지 경험했다.
김해에서 뜻밖의 발견을 뒤로하고 안동의 한 박물관에서 오디오 가이드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맛난 음식도 먹고 가이드를 들으며 깊이 있게 관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작년 추석, 국립무용단 공연에서 본 탈춤의 기억 덕분인지
이곳에서 만난 탈들이 유독 반갑고 정이 갔다.
그래서 오디오 가이드에 귀를 기울이며 전시를 즐기려 했으나
속도를 내어 관람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꾸 뒤처지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나름의 속도로 꼼꼼히 살펴보니
오디오 가이드가 기대 이상으로 유익해 관람의 깊이가 더해졌고
모든 전시를 마치고 밖을 나서니 어느덧 기분 좋게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하회마을을 나서는 길에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2인 기준 25,000원인 안동 간고등어 정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처음 상차림을 보았을 때는 다소 소박한 차림새에 반신반의했지만 젓가락을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쥐도 새도 모르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국립 박물관을 제대로 정복해 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부지런히 달리고 또 달렸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또다시 샛길로 빠지고야 말았다.
사실 이곳은 지난번에 혼자 강원도를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늦은 시간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곳을 운 좋게 딱 맞는 시간에 다시 마주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냉큼 발을 들였다.
다만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게 화근이었다.
산 위의 토끼를 보러 가던 동생이 5분 만에 체력이 방전되면서
하마터면 우리의 우애가 박살 나는 대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야경의 황홀함에 취하고 나오는 길에 맛본 어묵과 물떡
그리고 이어진 포근한 런드리 타임 덕분에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