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함을 찾으러 떠난 당일치기 춘천 여행 -> 국립춘천박물관
경춘선 기차를 타고 춘천을 찾았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가물가물한 봉사활동 이후 참 오랜만이다.
그때는 의무감에 스쳐 지나갔던 이 도시를
이번에는 '국립박물관 투어'라는 오롯한 목적을 품고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당시에 국립춘천박물관에선 <불심 깃든 쇳물-강원 철불>과 <오백 나한전> 이 열리고 있었는데
강원도 땅에서 가야의 흔적을 마주하는 일은 무척이나 생경하고도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금강산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지나 드디어 마주한 전시실
그곳에서 내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철을 녹여 부어 만든 '철불'이었다.
투박한 듯하면서도 서늘한 긴장감을 머금은 철제 불상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고
책에서나 보던 고대 주조 기술의 샘플들을 보며 잠시 전공자 모드로 돌아가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의 백미는 역시 오백나한이었는데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나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동안
마음속 소음이 잦아들며 기분 좋은 이너 피스가 찾아왔다.
박물관을 나서기 전 마주한 초대형 LED 스크린은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아이맥스 부럽지 않은 화려한 영상미로 구현된 강원도의 풍경은
춘천까지 온 여정이 아깝지 않을 만큼 충분한 보상을 안겨주었다.
점심으로 들고 온 도시락을 해결하려 우연히 들른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
그런데 이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비록 강원산림박물관 내부까진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정자 앞 연못에서 힘차게 유영하는 잉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졌는데
돌다리 위에 서서 춘천의 산세를 감상하고 있자니 더 바랄 것 없는 소박한 행복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춘천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위해 깊은 숲길을 따라 들어가는 길목에선
양평의 이재효갤러리나 보성 대원사티베트박물관이 떠올랐는데
아마도 깊숙한 곳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을
이상원 미술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듯싶다.
독학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의 정수를 일궈낸 이상원 작가의 작품들을
이토록 럭셔리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특별했고
4층부터 차곡차곡 내려오며 관람하는 독특한 동선은
마치 여행의 기억을 하나씩 정리하는 기분을 들게 했다.
특히 입구에서 나를 맞이하던 푸른 사과들은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며 묘한 영감을 주었다.
미술관을 나서며 손에 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에그타르트.
차 안에서 한 입 베어 문 그 맛은 오늘의 여정이 남긴 여운을
은은하고도 완벽하게 이어주는 최고의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