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그랜드투어 시즌 1 4편

예술의 셔터를 누르고, 행복의 프레임을 묻다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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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전이 보여준 과거를 지나 로비의 현재

그리고 스마트 카메라 갤러리가 예고하는 미래를 향해 1층을 가로질렀다.

아담한 공간임에도 영월 10 경과 카메라의 역사를 조화롭게 버무린 구성이 돋보였다.


문득 <경기그랜드투어> 시즌 3 당시 짜증과 화를 유발했던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의 악몽이 스쳤지만 다행히 이곳은 전혀 다른 결의 쾌적함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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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완벽한 공간에도 '옥에 티'는 있었다.

삼성과 협업해 조성한 공간의 기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 서 있었던 것.

비록 사업은 철수했을지언정 이곳에 남겨둔 기술의 흔적까지 내팽개쳐 두어서는 안 됐다.

이미지를 다루는 박물관에서 정작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방치는 분명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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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근처 계단 밑에 숨어있는 3관을 발견한 것은 이번 여행의 소소한 수확이었다.

단종문화제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들은 영월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단단한 가교 같았다.

거창한 예술 작품을 넘어 한 지역의 축제가 어떻게 사람들을 잇고 소통하게 했는지

사진 속 표정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앞서 본 소장품 전의 감동이 예술적 희열이었다면 3관에서의 시간은

영월이라는 동네의 마음씨를 확인하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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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로 떠나기 전 명필름 아트센터 측과 <닥터 스트레인지> 상영 여부에 대해 DM을 주고받았다.

아쉽게도 영화관 사정상 상영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지만

"오케이! 명필름은 다음에 가면 되지"라며 쿨하게 방향을 틀었다.

대신 영월에 가는 김에 현지 극장인 '영월시네마'를 이용해 보기로 한 것.

숙소에 체크인하기 전 딱 알맞은 타임으로 좋은 자리를 선점해 두었다.

로컬 극장에서 마주할 마블의 세계관이라니

이 또한 영월그랜드투어만이 줄 수 있는 색다른 재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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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맞은편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서자

예매한 티켓과 함께 뜻밖의 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팝콘 가져가세요."

그저 서비스라기엔 너무나 특별했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갓 튀긴 클래식 팝콘이었다.

동생과 나는 팝콘 봉지의 따스함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팬데믹이 들이닥치기 이전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기다리며 팝콘을 나눠 먹던

평범하고도 소중했던 추억이 그 고소한 향기와 함께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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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마법이 끝난 뒤 우리에게 남은 건 "Are you happy?"라는 짧고도 긴 질문이었다.

동생과 진지하게 행복의 정의를 논하며 극장을 나서는데

아담한 영월 시내의 공기가 그 질문에 대답하듯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영화관 바로 옆,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관풍헌의 실루엣을 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한 회차만 빨랐어도 저 담장 안의 역사를 만났을 텐데

하지만 이 아쉬움은 '다음'이라는 기약을 남겨두는 여행자의 미덕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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