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셔터를 누르고, 행복의 프레임을 묻다
소장품전이 보여준 과거를 지나 로비의 현재
그리고 스마트 카메라 갤러리가 예고하는 미래를 향해 1층을 가로질렀다.
아담한 공간임에도 영월 10 경과 카메라의 역사를 조화롭게 버무린 구성이 돋보였다.
문득 <경기그랜드투어> 시즌 3 당시 짜증과 화를 유발했던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의 악몽이 스쳤지만 다행히 이곳은 전혀 다른 결의 쾌적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완벽한 공간에도 '옥에 티'는 있었다.
삼성과 협업해 조성한 공간의 기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 서 있었던 것.
비록 사업은 철수했을지언정 이곳에 남겨둔 기술의 흔적까지 내팽개쳐 두어서는 안 됐다.
이미지를 다루는 박물관에서 정작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방치는 분명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카페 근처 계단 밑에 숨어있는 3관을 발견한 것은 이번 여행의 소소한 수확이었다.
단종문화제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들은 영월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단단한 가교 같았다.
거창한 예술 작품을 넘어 한 지역의 축제가 어떻게 사람들을 잇고 소통하게 했는지
사진 속 표정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앞서 본 소장품 전의 감동이 예술적 희열이었다면 3관에서의 시간은
영월이라는 동네의 마음씨를 확인하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영월로 떠나기 전 명필름 아트센터 측과 <닥터 스트레인지> 상영 여부에 대해 DM을 주고받았다.
아쉽게도 영화관 사정상 상영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지만
"오케이! 명필름은 다음에 가면 되지"라며 쿨하게 방향을 틀었다.
대신 영월에 가는 김에 현지 극장인 '영월시네마'를 이용해 보기로 한 것.
숙소에 체크인하기 전 딱 알맞은 타임으로 좋은 자리를 선점해 두었다.
로컬 극장에서 마주할 마블의 세계관이라니
이 또한 영월그랜드투어만이 줄 수 있는 색다른 재미 아닐까.
영화관 맞은편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서자
예매한 티켓과 함께 뜻밖의 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팝콘 가져가세요."
그저 서비스라기엔 너무나 특별했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갓 튀긴 클래식 팝콘이었다.
동생과 나는 팝콘 봉지의 따스함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팬데믹이 들이닥치기 이전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기다리며 팝콘을 나눠 먹던
평범하고도 소중했던 추억이 그 고소한 향기와 함께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화려한 마법이 끝난 뒤 우리에게 남은 건 "Are you happy?"라는 짧고도 긴 질문이었다.
동생과 진지하게 행복의 정의를 논하며 극장을 나서는데
아담한 영월 시내의 공기가 그 질문에 대답하듯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영화관 바로 옆,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관풍헌의 실루엣을 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한 회차만 빨랐어도 저 담장 안의 역사를 만났을 텐데
하지만 이 아쉬움은 '다음'이라는 기약을 남겨두는 여행자의 미덕으로 간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