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요곳 1화

나 홀로 강원도 해안도로 여행 1편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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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은 2018년 전국일주를 계획하며 가장 먼저 가보고 싶어 했던 1순위 목적지였다.

하지만 당시 대구에서 강원도로 향하던 길에 심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는 그때 못다 한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나는 전국일주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강원도 해안도로를 향해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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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단추를 꿸 시간.

이번 여행의 첫 경유지는 태백의 구문소다.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거대한 바위 구멍 사이로 세찬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8년의 나였다면 보지 못했을 이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자연이 뚫어놓은 그 신비로운 통로를 통과하며

나의 1박 2일 해안도로 여행은 비로소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회색빛 미세먼지에 갇혀 지내던 일상이 까마득해질 만큼 강원도의 날씨는 압도적이었다.

기분 좋게 달궈진 햇살 아래 서 있으니 내 마음까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듯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눈을 두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고 카메라 렌즈에 담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색채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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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이끌린 발걸음이었다.

태백 시내를 지나다 내일 이곳 서킷에서 레이스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구문소에서 단 5분 거리, 이토록 완벽한 우연이 또 있을까.

'무조건 가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익숙하고도 반가운 실루엣, MX-5를 마주했다.

정갈한 자연을 즐기려던 여행에 갑자기 '속도'라는 변수가 끼어들었다.

역시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는 이런 예기치 못한 설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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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진짜가 되는 순간.

일산에서나 보던 JB 오토웍스의 차량을 태백 서킷 한복판에서 발견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간 내게 크루분들은 친절하게 차량을 소개해 주셨고

그 열정에 감동할 때쯤 굉음과 함께 드리프트 연습이 시작됐다.

비명을 지르는 타이어와 자욱한 연기 속을 뚫고 나가는 차들의 움직임.

조용한 해안도로 여행을 꿈꾸며 왔던 나에게 태백은 뜨거운 아드레날린을 먼저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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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발길이 닿은 곳은 태백석탄박물관이었다.

지상에서의 화려한 소음과는 대조적으로 박물관 내부는 깊은 갱도 속처럼 고요하고 장엄했다.

한때 이 도시를 지탱했던 검은 석탄가루의 흔적들을 마주하며

나는 화려한 여행지 이면에 숨겨진 삶의 무게를 읽어 내려갔다.

서킷에서의 아드레날린이 가시고 나니

비로소 태백이라는 도시가 가진 묵직한 진심이 전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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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의 지독한 추위를 막아주던 든든한 온기였으나

동시에 누군가에겐 목숨을 건 위태로운 일터였을 석탄.

박물관은 그 검은 광물이 품은 빛과 그림자를 세밀하고도 정직하게 펼쳐 보였다.

전시물을 하나하나 눈에 담을 때마다 척박한 땅 아래서 가족의 내일을 캐냈을

광부들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화려한 관광지의 이면 태백이 간직한 진짜 이야기가 내 마음속 깊은 갱도에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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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하면 씁쓸한 입맛부터 다시게 된다.

2018년 전국일주 당시 아름다운 바다를 앞에 두고

주차장에서 약 기운에 취해 40분간 곯아떨어지는 촌극을 빚었다.

파도 소리 한 번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그날의 굴욕.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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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햇살은 나를 노릇노릇하게 구워낼 듯 뜨거웠지만

묵호항 수변공원을 지나 강릉으로 넘어오자 공기의 질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차창을 뚫고 들어오는 서늘한 바닷바람에 서둘러 겉옷을 챙겨 입어야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서늘함이 오히려 고마웠다.

덕분에 땀방울을 씻어내며 한결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동해를 품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썬크루즈 9층 전망대는 또 다른 의미로 '죽을 뻔한' 경험이었다.

투명한 바닥 너머로 펼쳐진 아찔한 높이감에 내 간과 심장은 양자급으로 수축해버렸고

나는 그곳에서 정동진의 위용을 몸소(정확히는 장기들이)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