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요곳 3화

나 홀로 강원도 해안도로 여행 3편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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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상 허락된 마지막 한 시간 나는 오죽헌의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낯선 검은색을 품은 대나무들이었다.

흔히 보던 초록의 생경함이 아닌 세월을 견뎌낸 듯한

그 짙은 빛깔이 오죽헌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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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지폐 속 박제된 인물이 아닌 뜨거운 삶을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여행의 끝에서 마음을 정돈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검은 대나무 숲의 고요함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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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일정이 갑자기 분주해진 건 순전히 나의 취향 때문이었다.

강릉의 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향하는 발걸음엔 설렘이 가득했다.

목표는 영화 <미스 스티븐스>.

반년 전엔 배탈 때문에 가로막혔던 이 길을

이제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 한 편을 위해 달려오고 있다니.

대형 멀티플렉스가 아닌 독립극장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공기가 여행자의 피로를 어루만져 주었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1박 2일의 모든 우연과 필연이 이 한 장면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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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의 공기는 안온했다.

영화 <미스 스티븐스>는 세 명의 학생과 인솔 교사가

대회를 위해 떠나는 3일간의 평범한 여정을 담고 있었다.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의 강렬한 존재감이

자칫 극의 균형을 흔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감독의 세심한 안배 아래 주인공 릴리 레이브는 흔들림 없이

극의 중심을 잡고 서사를 이끌어갔다.

강렬한 자극 대신 인물들의 감정선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흐름 덕분에

여행 내내 팽팽했던 긴장이 비로소 편안하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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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다시 340km.

네 시간 동안 쉼 없이 액셀을 밟아 도착한 곳은 숲속의 작은 유럽 제이드가든이었다.

저녁 7시의 공기는 차분했고 타이밍 좋게 시작된 미디어 파사드쇼는

명당 사수 덕분에 완벽한 시야로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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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빛이 정원을 수놓는 '빛의 정원'을 거닐며 생각했다.

이곳은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 '궁상각치우'를 읊조릴 곳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걸어야 하는 곳임을.

화려한 조명 사이로 가족과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니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빈자리가 아주 살짝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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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기압과의 사투이기도 했다.

태백과 강릉의 험준한 고갯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귀는 먹먹해졌고

속은 다시 더부룩해지기 시작했다.

차가 아닌 내가 탈이 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액셀을 밟았지만 다행히 여정의 끝은 무사했다.

집으로 돌아와 시동을 끄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의 불편함은 씻은 듯 사라졌다.

하지만 쉴 틈은 없다.

1박 2일간 나를 믿고 달려준 반려차를 위해 곧바로 세차장으로 향했다.

먼지를 털어내고 오일과 타이어를 점검하며 나는 이미 다음번 기분 좋은 주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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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래먼지를 피해 떠나온 길이었건만 이번엔 오죽헌의 송화가루가 차를 노랗게 뒤덮었다.

유리에 들러붙은 얼룩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외관보다 더 걱정되는 건 태백산맥의 굽이진 길을 내달리며 혹사당한 브레이크와 타이어였다.

귀가하자마자 전담 메카닉과 머리를 맞대고 하체를 꼼꼼히 살폈다.

다행히 패드와 로터는 건재했고 고생한 타이어에 공기압을 든든히 보충해 주는 것으로

이번 사투를 마무리했다.

비로소 나도 나의 차도 완전한 휴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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