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보 걷기, 루틴의 힘

[매일 하면 힘이 되는 작은 습관들] 매일 만보 일 년 하니 좋은 것들

by 글쓰는공여사

"만보기 그거 좋아요?"

"네. 전 괜찮아요."

"아~ 나도 만보기 사서 매일 걸어야 하는데…."

내가 일 년 동안 매일 만보를 걷는 사이, 30대 지인은 날 볼 때마다 일 년 내내 그렇게 말한다.

'그냥 아무거나 사서 차고 걸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겨우 참는다.


'나도 걸어야 하는데….' 하는 사람은 이미 그 필요성을 본인이 느껴서 하는 말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건강에 적신호 켜지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시간도 돈도, 들일 에너지도 없을 때, 그렇게 말한다.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 걷게 된다. 작년 3월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로 몸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남편은 심장에 스텐트를 박고 3박 4일 병원신세를 졌고, 난 뼈가 숭숭 뚫리는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몸을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만보 걷기 촉매 역할을 한 책

그쯤 독서모임에서 '걷는 사람, 하정우' 책을 읽었고 남편에게도 권했다. 읽고 나면 걷고 싶어지는 희한한 책이다. 그때 함께 읽은 멤버는 7명이었는데, 나만 그 책에 꽂혀 걷기 시작했다. 그만큼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책은 이전엔 없었다.


행동파인 남편은 '사오미 미밴드' 3개를 사서 우리 가족 손목에 모두 채워줬다. 1주일 평균 목표치를 이루지 못할 땐 5만 원 벌금이라는 초강수도 뒀다.


만보기 없으면 만보 못 걷는다. 하루 종일 집안일하면서 종종거려도 2 천보 걷기 힘들다. 정확한 숫자가 없으면 내가 날 속인다. '오늘 정말 많이 움직였으니 만보는 충분히 걸었을 거야.' NONONO! 그런 막연한 감으로 매일 만보는 불가능하다. 그냥 만보기를 사라. 뭘 살까 고민하고 기능과 가격 비교하다 반년 후딱 간다. 걸음수 나오는 것이면 모두 괜찮다.

내 손목에 차고 다니는 만보기


'걷는 사람, 하정우' 책 읽고, 만보기 사서 손목에 차고 밖으로 나가 걸어라. 책 덮자마자 만보기 주문해야 한다. 그 사이가 길어지면, 책은 책대로 만보기는 만보기대로 잊고 만다. 건강 동기까지 필요하다고 심장 스텐트 박고, 뼈 숭숭 바람 지나다닐 때까지 기다리진 말라. '언젠가'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인 걸 우린 모두 안다. '지금' 늦기 전에 몸을 보살펴야 한다.


"몸은 내가 아니라 나의 친구와도 같은 것입니다. 내 삶을 함께 꾸려가야 할 친구 말입니다. 다른 몸뚱이 가진 그 어떤 친구보다 가까운 친구입니다.... 그러니 이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줘도, 또 수고한다며 격려해줘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한시도 떨어진 적 없이 저를 지탱해주는 고마운 친구니, 잘 보살펴 줘야 합니다."

-원제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하정우 책 읽고, 만보기 차고 며칠 걸었다고 만보 걷기가 삶의 루틴으로 바로 들어오진 않는다.

1. 목표와 시간을 미리 정한다.

만보가 아니어도 된다. 5 천보, 7 천보 자기 몸 상태와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세우면 된다. 어떤 날은 몸살 기운에 겨우 3,000보를 걷고 쓰러지고, 어떤 날은 인체 한계 실험이라도 하는지, 2 만보를 넘기고 시체처럼 소파에 너부러져 있다 눈꺼풀만 겨우 닫고 잠에 빠지기도 한다.


만보, 8km를 걸으려면 적어도 하루에 1시간 반~ 2시간을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 언제 걸을지, 시간을 나눠 걸을지 미리 정해둬야 한다.


점심 먹고 나른한 몸으로 쉬고 있으면, 누가 깨뜨릴까 걱정될 정도로 기분이 좋다. 그때쯤 어김없이 남편이 내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소리친다.

"먼길 떠나자~"

그 옆에는 함께 길 떠날 우리 집 댕댕이도 고개를 쑤욱 내민다.

'엄마~~ 나, 오줌보 터지기 직전이야.'

난 울며 겨자 먹기로 길 떠날 채비를 한다.


2. 무슨 일이 있어도 걷는다.

와도 눈 와도 우산 쓰고 걷는다. 겨울에는 볕이 따뜻한 시간에, 여름에는 한낮을 피해 걷는다. 코로나 때문에 칩거하는 중에도 모자와 마스크, 장갑으로 무장하고 길을 떠난다. 산책로에 사람이 너무 많은 주말에는, 차를 타고 이동해 낯선 시골 동네를 2시간쯤 헤매고 돌아온다. 만보를 채우지 못한 날은 늦은 밤 동네를 무작정 걷고, 유튜브 파워워킹이라도 하고 잔다.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뾰족해질 때도 꾸역꾸역 나가 걷는다. 오늘 힘들어 못 채우면 내일 그만큼 더 걷는다.

눈이 와도 걷고

3. 함께 걸으면 더 좋다.

'그냥 오늘 하루는 넘기자.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걷자.' 혼자 하면 흐지부지 해지기 쉽다. 내가 그만둔다고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 끝까지 실천하지 못한 무거운 기분만 잠깐 극복한다면. 당장 응급실 실려갈 만큼 몸이 나빠지지도 않고, 살만하다. 이런 마음에서 서로를 건져줄 사람이 있으면 좋다. 배우자면 제일 좋고, 매일 만나도 부담 없는 동네 친구도 좋다. 함께 산책할 댕댕이가 있으면 더욱 좋다.


1년을 걷고 나니 매일 만보 걷기가 뭐가 좋냐면?

1. 어떤 조건도 필요 없다.

다른 운동이나 구기 종목은 매일 하기 어렵다. 그곳에 가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공을 받아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걷기는 내 튼튼한 두 다리 말고 어떤 조건도 필요 없는 유일한 운동이다.


2. 몸이 튼튼해진다.

1년 걸었다고 흐물거리는 장딴지가 말벅지가 될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튼튼해진 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15,000보 걷고 쓰러지면 3시간 동안 식물인간 빙의했다 돌아왔다. 지금은 그 정도는 끄떡없다.


3. 계절과 함께 한다.

매일 걸으면 계절이 보이고 느껴진다. 꽃이 피고 지고, 바람이 불고, 오리가 새끼를 낳는다. 낙엽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붙고 눈이 내리는 걸 몸으로 체험한다.

매일 걷는 산책로, 우리 집 댕댕이 까뭉이와 함께

4. 루틴의 힘이 생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 년 동안 밖으로 뛰쳐나가 걷다 보니, 세상 일도 그렇게 헤쳐나가면 되겠다, 나에 대한 든든한 믿음이 생긴다. '목표를 정하고 노력은 하되, 힘들면 힘든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해나가면 된다.'라는 담담한 마음을 배운다. 삶의 답을 무리하게 찾기보다 나에게 힘을 주는 루틴을 매일 실행하면서, 그 상황을 지혜롭게 지나가게 된다.


"나에겐 일상의 루틴이 닻의 기능을 한다. 위기상황에서도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

-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매일 황금 같은 2시간을 허부적 허부적 팔다리를 휘저으며 심심한 걷기를 하라고? 그 시간에 좋은 아이디어를 짜고, 밀린 일을 처리하고, 영어회화를 공부하면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아직 걸을 필요성도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아서일 게다.


시간이 없다고? SNS 조금 줄이고, Netflix도 조금 줄이고, 일단 뛰쳐나가 보라. 절대 후회 안 한다. 하루 3만 보, 가끔은 10 만보를 걷는다는 하정우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일 년을 매일 만보씩 걷고 보니 앞으로 내 삶에 어떤 날들이 펼쳐지든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만 있다면, 기꺼이 헤쳐나갈 용기를 얻는다. 땡큐다. 씩씩한 내 두 다리! 앞으로도 쭈욱 잘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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