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을 미라클로 만들 수 있는데, 3분이면 돼. 해볼래?" "그게 뭔데?" 한창 돈 버는 데 관심 많은 친구는 나의 말에 귀가 솔깃하다.
"자고 일어나서 이불 개기."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내 입에서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의 비법이라도 나오길 기대했던지, 친구는 실망해서 소리를 지른다.
'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 밀리어네어''변화의 시작 5AM 클럽' 등,'모닝'을 '미라클'로 만들지 못하면, 이 생애에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책들이 서점에 넘쳐난다. 심지어 베스트셀러 '타이탄의 도구들' 1장은 '승리하는 아침을 만드는 5가지 습관'으로 시작한다. 그런 큰 뜻을 품고 시작한 습관은 아니지만, 난 이미 그들이 말하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
하루 3분, 잠자리를 정리하라. (Make your bed)
오늘 아침 잠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왔는가? 허물 벗듯 팽개치고 허겁지겁 뒤도 안 돌아보고 잠자리를 빠져나왔는가? 후자라면 '3분이면 되는 미라클'이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시도해보자.
네 이불은 네가 정리해라~ 까뭉아!
습관을 분명하고, 매력적이고, 쉽고, 만족스럽게 만들어라.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아침 3분 잠자리 정리는,
1. 분명하다. 덮고 있는 남편 이불까지 빼앗아 정리하려는 의욕은 안 부려도 된다. 내 것만 하면 된다.
2. 매력적이다. 잠자리 정리가 뭐, 매력적이긴 힘들겠지만, 원하는 일을 짝 지워하면 없던 매력도 생긴다. 잠자리 정리 후 커피 한 잔, 잠자리 정리 후 핸드폰 확인, 이런 식으로.
3. 쉽다. 누워서 떡 먹기다. 그렇다고 누워서 방바닥을 비비적거리며 이불을 개려고 시도하진 말아라. 해보면 어렵다. 일단 두발로 일어나 이불 귀퉁이를 잡아당기며 모양을 만들어라. 난이도 높은 별이나 새 모양까진 욕심 내지 말고. 보기에 깔끔하면 된다. 네 귀퉁이 각 안 잡아도 되고, 다림질 안 해도 된다. 이불은 탁탁 펴고 베개는 제자리에. 그게 다다. 난 1분이면 끝난다.
4. 만족스럽다. 정돈된 잠자리를 보는 건 사소하지만 뿌듯하다.
침대를 정리하는 단순하고 사소한 습관 하나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일으켜주고 하루를 제대로 끝냈다는 만족감을 준다. -윌리엄 H. 맥레이븐 <침대부터 정리하라>
미라클 모닝 때문은 아니지만, 내가 1년 넘게 잠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이유는,
1. 그래도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는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오늘은 멋지게 살아야지, 씩씩하게 다짐하고 집을 나서도 그 마음 무너지는 데 얼마 안 걸린다. 점심시간 되기도 전에, 나란 인간의 지위는 신발 밑창에 붙은 끈적이는 물질만도 못한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어쩌면 인생의 반은 내 마음대로 뭘 해보려고 노력하는 시간이고, 나머지 반은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구나 깨닫게 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내가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2. 아무 때나 이불에 파고들지 않는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이불의 유혹은 수시로 우리를 찾아온다. '이불 밖은 위험해' 스스로를 위로하며, 쪼그라들고 무기력해져 이불속을 파고든다. 하지만 잠자리가 정리되어 있으면, 유혹을 뿌리치긴 한결 쉽다.
3.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을 살아낼 자신감을 얻는다.
하루 종일 시달리고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쳐 돌아온 나를 맞이하는 게, 함께 사는 가족일 수도 혼자 외롭게 지냈을 댕댕이일 수도 있다. 아무도 없다면, 아침에 내가 정리해둔 깔끔한 잠자리가 나를 맞는다. 그 잠자리가 나에게 오늘도 수고했다 위안을 건네고, 내일도 잘 살아보자 마음을 다독인다.
"저녁이면 또 덮고 잘 이불을 뭐하게 힘들게 정리하냐? 그냥 내버려 둬. 흐트러짐의 미학 '메시(Messy)' 몰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진 말자. '어차피 똥으로 나올 것 밥은 뭐하게 먹고, 어차피 잠에서 깰 걸 뭐하게 자고, 어차피 죽을 걸 뭐하게 사냐?'라는 말을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겨우 틀어막는다. 무슨 목적을 이루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습관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얻고 싶은 결과가 아니라, 되고 싶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내가 얻고 싶은 건 정돈된 침구가 아니라, 나는 나의 의지로, 나의 노력으로 내 생활을 체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다. 딱 3분이다. 그 순간 나의 행동이 변하고, 미세하게 나의 정체성이 변하며, 결국 사소한 습관이 쌓여 내가 변한다. 습관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