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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gom Jul 19. 2019

세상은 돌연변이가 바꾼단다

그러니 네가 더 소중하다 너는 특별한 존재다

아가.

네가 갖고 있는 병이 유전병인데도 불구하고, 50퍼센트의 확률로 유전이 아닌 돌연변이로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네. 맞아,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밀크커피반점이 없으니 너는 돌연변이란다. 돌연 쨘 하고 나타났지만, 엄마는 한동안 아빠를 의심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아빠는 자기탓을 하며 많이 맘아파했단다. 다 못난 엄마의 잘못이다. 외국에서는 상처가 있는 아이를 따라 문신한 아빠도 있던데, 네가 원한다면 엄마는 살면서 단 한번도 살에 무얼 새겨 볼 생각을 안해봤지만, 문신쯤이야 할 수 있을것 같아. 임신 중 배도 다 터졌는데 힘내라우리딸 쯤이야 식은 죽 먹기로 새길 수 있지않을까?


그래, 돌연변이라 더 외로울 수 있겠다 생각한다. 차라리 유전병이 있으면서 왜 나를 낳았냐고 탓할 수라도 있었으면 네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너는 임신 중 단 한번의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고, 특별한 이벤트 없이 아주 엄마의 마음을 안심하게 하며 사랑스럽게 컸단다. 40주 4일을 채우고야 엄마의 얼굴을 마주한 너는... 정말 너무나 예뻤지. 그때 엄마의 손에 안긴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뜨겁고 물컹거리는 그 무엇이... 나를 쳐다보는데, 엄마는 너무 놀라워서 무어라 말도 할 수 없었어. 아빠는 계속 웃었고 엄마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단다.


아가, 내 사랑하는 우리 아가.

세상은 돌연변이가 있어야 더 아름답단다. 아빠를 봐봐. 아빠가 동양화를 그린다고 해서 여백의 미를 지금껏 해온듯이 공백으로만 둔다면 지금의 아빠 그림이 있었을까? 힘들 땐 수백 수천장의 종이를 구기고 물감을 뿌려 최적의 상태를 만드는 노하우를 지닌 네 아빠의 그림을 보렴. 아빠도 하나의 돌연변이인거야. 엄마는 아빠의 전시에서 과연 이 바탕을 어떻게 색 낸 것인지 궁금해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심 뿌듯했단다. 우리는 그 그림 안에서 더 폭넓은 감상을 할 세상을 얻었지.


아가. 너는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 존재야. 그 어떤 사람도 점이 하나도 없지 않고, 상처 하나 내보지 않고 살지 않아. 그 누구도 금발의 백인으로 살 수 없듯이. 우리는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서열을 재길 원하지만, 그것은 결코 영원하지않단다. 너는  엄마에게 더 넓은 생각을 열어주었고,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열어줄거야. 아, 얼마나 편협한 눈으로 살았던가. 너의 가치를 안다면 그동안 살아오면 둘렀던 얄팍한 기준은 깨지고말거야. 너는 아빠를 닮아 쪼꼬맣고 캐릭터처럼 귀여운 눈을 가졌지만 지금 네 아빠를 보렴. 아빠는 자신의 인상이 무서워보일 것이 싫어 살아오며 항상 웃었고, 웨딩촬영장에서는 글쎄, 엄마는 혼나는데 포토그래퍼에게 칭찬을 받았지 뭐니. 엄마는 살아오며 그만큼 웃질 않았거든. 아빠는 참 능숙하더라. 어디서 한 번 더 해봤던건 아닐까? 농담이야.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아. 엄마는 아빠보다 훨씬 갖고 있지 않지만 엄마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 물론 작심삼일인 적도 있었고, 제법 오래간 적도 있었어. 하지만 목표를 쌓고 노력의 결실이 달콤하다는 것도 알았단다. 네가 부디 너의 가진 것을 역으로 사람들에게 반전 매력을 뽐냈으면 좋겠어. 지금도 보이는 여장부 기질로 네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지 알려줘. 털털하다가도 수줍고, 담담하다가도 감성적이고, 통크다가도 세심한, 너의 색이 그렇게 다양했으면 좋겠어.


세상은 돌연변이가 없다면 지루하단다. 다 거기서 고만 고만 해봐.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 부디 네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작업에서, 직업에서 돌연변이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단다.


아가...

너무 너의 아픔을 미워하지는 말렴. 그걸 갑옷처럼 생각하렴. 어떤 이는 마음이 아프고, 어떤 이는 생각이 아프단다. 네 존재는 사람들에게 공감의 폭을 넓혀줄 것이고 일을 하게도 한단다.

네가 있기에 지금도 사람들은 신약 개발에 밤을 새우고 있으니, 넌 얼마나 필요한 존재니.


너무 밉다면 실컷 소리쳐 울며 미워하렴. 그러나 엄마는 만약 뱃속에서 네가 돌연변이로 그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들, 절대 너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을거야. 왜냐고? 네가 생기고 나서 너의 심장이 콩쾅거리는 그 순간부터, 너의 몸은 네것이고 너의 존재는 너의 것이거든. 엄마는 널 존중하고 맘껏 사랑해. 그러니 우리 아가 오늘 많이 힘들었어도, 엄마의 글이 네게 작은 위로로 다가왔으면 좋겠구나.


돌연변이가 있어야 더 멋진 세상이고, 더 다양한 곳에서 돌연변이이길 바란다는 엄마의 말을 곰씹어보렴. 편안하게 한 숨 푹 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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